1천500만원 모아 제작…학생처장 "허가할 수 없다"

국민대 학생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서울 성북구 교내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나 학교 측의 반대로 무산 위기에 놓였다.

11일 국민대 등에 따르면 이 학교 재학생 20명으로 꾸려진 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 '세움'은 지난 4월 발족해 약 반년 동안 1천500만 원을 모았다. 세움은 외부의 도움 없이 모금부터 소녀상 디자인,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홀로 진행하고 있다.

예술대 학생 5명이 손수 만들고 있는 소녀상은 마치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한 손은 치맛자락을, 다른 한 손은 주먹을 꽉 쥐고 있다.

이는 억울하고 모진 세월 동안 꿋꿋하고 당당하게 싸워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세움은 설명했다.

소녀상 발 주변에는 동백꽃이 놓여있다. 눈 속에서도 고고하게 꽃을 피우는 동백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상징하는 꽃으로 사용되곤 한다.

이들이 만드는 소녀상은 거의 완성됐으며, 제작 마지막 단계인 주물 작업만 남은 상황이다.

애초 2천만 원 모금을 목표로 세워놓고 활동을 시작한 세움은 기부금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모이자 조기완공을 기대하고 있다가 최근 암초를 만났다.

대학 측이 교내 소녀상 설치허가 여부를 문의한 학생에게 "허가를 내줄 수 없다"고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학생은 세움 소속은 아니지만, 학내 이런 움직임이 있다며 김인준 학생처장에게 직접 메일을 보냈다.

김 처장은 "대학은 국가와 인류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이론과 응용방법을 교수하고 연구하며 지도적 인격을 연마하는 고등교육기관"이라며 "이러한 대학의 목적을 위해 국제적 교류와 연구 활동이 필요하고 현재 진행되는 상황에서 소녀상의 교내설치는 허가할 수 없다"고 불허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국민대가 일본 등 다른 나라 대학과 교류를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외교적으로 불편함을 일으킬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세움의 이태준(27·정치외교학과) 대표는 "피해 할머니들이 속속 세상을 떠나 시간이 없는 절박한 와중에 우리라도 나서서 역사를 똑바로 정립하자는 취지인데 학교 측의 불허가 아쉽고 답답하다"면서도 "학교와 계속 협의해보겠다"고 말했다.

국민대는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는 학생들의 공식적인 문의가 아직 접수되지 않았다"며 "요청이 접수되면 논의를 해 보겠다"고 밝혔다.

앞서 시민·학생·문화예술계 등이 참여한 '서울시 마포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는 지난 3월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에 소녀상을 세우려다 대학과 학생들의 반대로 무산, 마포중앙도서관 앞으로 설치 장소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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