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지난 11일 닷새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린 가운데 영화제의 정체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올해 행사장 모습.  
 

“국제행사라기 보다 그냥 동네 큰 잔치 같습니다.”
“산악인들을 위한 행사입니까? 영화인들을 위한 행사입니까?”

제3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지난 11일 닷새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린 가운데 영화제의 정체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새로운 도전(New Journey)'이라는 슬로건으로 선보인 올해 행사는 행사기간동안 주최 측 추산 4만2,000명이 다녀갔으며, 관객점유율은 평균 76.7%를 기록했다.

‘주민동원’의 논란을 일으켰던 이전 행사(1회 5만3,000여명, 2회 6만1,800여명)에 비해 수치상 관람객수는 줄었지만, “올해부터 동원을 없앴다”고 울주군에서 밝힌 만큼 실질 관객 수는 증가한 것이다.

올 행사는 프레 페스티벌을 포함해 네 번째로 열린 행사로 축제추진위의 법인 전환 첫해에 치르는 행사여서 기대와 우려가 뒤섞였던 것이 사실이다.

법인으로 전환되면서 안정된 조직이 만들어져 행사운영 전반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였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주최 측 역시 실질 관객 수와 관객점유율이 늘면서 성공적인 행사라고 자평하고 있지만 23억원을 들인 영화제의 성공여부를 수치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따가운 시선이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제기된 것은 ‘정체성’과 ‘방향성’의 문제다.

울주군이 수년간 ‘산악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열과 성을 다해 많은 예산과 행정 지원으로 ‘세계 3대 영화제’로의 성장을 꿈꾸고 있지만 과연 수년간 1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면서 제대로 방향을 잡아 가시적 성과를 냈는지는 의문이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국내 유일의 산악영화제임에도 불구하고 매 행사마다 정작 산악인과 영화마니아 어느 쪽도 흡수하지 못하는 것은 ‘산악관광’과 ‘산악영화’사이에서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선호 울주군수는 개막 당일 기자회견에서 “단순한 영화제가 아닌 정말 산악인들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지만, 올해는 행사시기를 앞당기면서 신불산 억새관광과의 시너지 효과도 누리지 못했다.

또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올해 홀로서기의 첫발을 내딛은 만큼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모색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올 영화제는 법인화 후 첫 행사여서 수익창출 부분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국내외 유명 산악용품관련 기업들의 협찬과 참여가 크게 저조해 ‘국제산악행사’에 걸맞은 위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산악문화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기위해서는 영남알프스만의 산악콘텐츠를 활용해 산악인 뿐 아니라 대중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전.모험의 '알피니즘'과 클라이밍, 자연.힐링 등의 고유하고도 특화된 산악문화에 대중성이 더해져야 한다는 것.

행사장에서 만난 한 관객은 “매년 행사장을 찾지만 큰돈을 들여 과연 국제 행사로 이어가는 게 맞나하는 의구심이 많이 든다"며 "산악과 영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행사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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