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문인 故 조홍제가 남긴
사람 냄새 나는 `고전’의 향기
유고집으로 향기 계속 이어져
‘사람 냄새가 나는 사람’ 즉 사람다운 사람을 편하게 표현 할 때 쓰는 말이지만 사실은 ‘나’를 편하게 해준다는 자기중심적일 수도 있다. 어쨌든 모든 냄새는 마하의 속도로 느껴지지만 사람다운 사람의 냄새는 ‘사람’을 만나는 순간 3초 안으로도 느낄 수도 있지만 평생을 동반해도 못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향기는 냄새의 일종이다. 주로 꽃과 풀 같은 식물들이 뿜어내 사람의 거친 감성을 부드럽게 사포질하게 만드는 향기는 동물에게서는 없는 것 같다. 반려동물 개가 귀엽고 예쁘게 보일지언정 개의 향기는 없다.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에서 문학, 철학, 종교, 역사, 미술, 음악 등 모든 학문에서 잠시도 멈추지 않고 변화하는 시간과 공간속을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문자로 기록해 놓은 것이 바로 고전이다. 이러한 고전을 아울러 인문학이라 하겠다. 인문학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는 것이므로 모든 학문의 출발점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고전이야말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자산이며 미래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정신유산의 보고이며 품격 있는 ‘향기’가 아닐 수 없겠다.
수 많은 고문헌 중에서 고전의 가치가 있는 글을 골라내는 일은 진흙 속에 묻혀있던 진주를 찾아내는 것과 같아서, 마치 천여 년 동안 바다 속에 잠겨있던 고려청자를 건져 올려 그 비색을 감상할 때 흥분을 느끼는 것과 같다. 이와 버금가는 과정을 통해 신라시대 설총과 최치원으로부터 고려시대 일연과 이규보, 그리고 조선시대 김시습과 박지원 등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남긴 문헌들은 물론 옛 명사들 또는 석학들이 남긴 주옥같은 저서를 ‘고전의 향기’라고도 하는데, 이런 향기는 사람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바로 ‘사람의 향기’가 배여 있는 것이다.
고전의 향기는 꼭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 멀지 않은 지난 시간 속에서도 ‘고전의 향기’를 느끼기에 충분한 인물들의 저서가 얼마든지 있다. 십 수 년 전 울산 문인들이 자신의 글벗이며, 스승이며, 선배인 어느 시인을 기리며 ‘달맞이꽃은 달 없는 밤에도 핀다’는 주제로 흩어져 있는 그의 유고를 찾아 전집을 내었다. 故 조홍제님은 회갑을 넘겨서야 시집인 ‘내일은 비가와도’와 수필집, 일흔을 넘기시며 ‘울산방언’과 함께 평생에 세권의 책을 남기셨는데 ‘조홍제 선생전집 편찬위원회’ 위원장은 발간사에서 이렇게 님을 추모한다.
“여기 저희가 조홍제 선생님의 전집을 묶는 것은 칠십여 년 생애를 사시면서도 있는 듯 없는 듯 마치 잔잔한 호수처럼 은근한 야산처럼 우리 곁에서 백학의 고고와 매화의 암향을 일깨워주신 선생님의 삶을 그대로 흩어져 재가 되게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이어서, “비록 숫적으로는 많지는 않지만 선생님의 글은 진솔하기에 기교를 모르고 소박하기에 말이 쉽고 전하는 뜻이 선명합니다” 라고 한다.
‘사람다운 냄새’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러나오는 것이다. ‘있는 듯 없는 듯 마치 잔잔한 호수처럼 은근한 야산처럼’ 님은 살아생전에 어느덧 사람의 향기가 나기 시작 했을 것이다. 님의 유고집 편찬을 위해 모인, 님의 글벗, 제자들은 님의 향기를 닮아 지금도 곳곳에서 후학들을 위해 ‘사람의 냄새’로 주위를 향기롭게 할 것이다.
먼발치에서 감히 님을 흠모하는 중에 님의 제자이자 사위인 문영 시인으로부터 ‘달맞이 꽃은 달 없는 밤에도 핀다’ 책을 선물 받고 책장 고전나열 가장자리에 꽂아두고 오늘 같은 백추(白秋)의 길목에서 님의 詩들을 읊조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