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과거로 갈 수 있는 타임머신을 탈 수 있다면 어느 시대로 가고 싶나? 일본 아사히신문의 최근 ‘가보고 싶은 시대’ 설문조사 결과 1위는 고도 경제성장시기(1955~73년)였다. 일본이 패전을 딛고 다시 경제 도약을 이룬 때였다. 2위는 거품경제로 흥청거리던 1987~91년으로 당시를 기억하는 세대에겐 “꿈이여, 다시 한 번”이다. 누구에게나 ‘다시 가보고 싶은 시대’는 대부분 에너지와 활력이 넘치고 좀 더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 시기였다.

우리 국민에게 이같은 설문조사를 한다면 언제가 꼽힐까. 대한민국은 1988년 9월 17일 오전 개막한 서울 올림픽을 통해 가슴 속에 꾹꾹 담아뒀던 한민족(韓民族)의 에너지를 아낌없이 분출했다.

한국 근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꾼 서울올림픽 30주년을 맞았다. 1964년 도쿄올림픽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하계올림픽을 개최, 전쟁과 빈곤의 이미지를 떨쳐내고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았다.

한국 스포츠는 이후 30년간 활활 타올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 동계올림픽 등 대형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동·하계 종목에서 보여준 경기력도 손색이 없었다. 이후 한국은 올림픽 무대에서 세계 10위권 안팎을 꾸준히 지켜왔다. 일취월장한 스포츠와 함께 한국의 경제력도 세계 10위권으로 도약했다.

몇 해 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정겨웠던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기도 했다. 극중 서울올림픽 개막식은 감동을 더했다. 서울올림픽은 풍요로운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였다. 올림픽은 전쟁과 가난으로 점철된 대한민국 이미지의 대전환을 가져온 큰 사건이었다.

그러나 어느 사이 도약의 불꽃은 꺼져간다. 가난한 노인은 늘어나는데 젊은이의 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결혼을 기피하고 애를 낳지 않으니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올림픽 성화가 불타오른지 30년 전 당시 곳곳에 덩실덩실 춤을 추며 전세계 손님을 맞이했던 호돌이는 민족적 자부심의 상징이었다. 시간을 돌려 그 호돌이를 다시 만나면 당시를 기억하는 세대들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꿈이여, 다시 한 번’이라고 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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