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미 탐사보도부

추석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연중 가장 풍성하다는 날이지만 울산은 어느 때보다도 힘든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다.

4번째 구조조정을 단행한 현대중공업은 살얼음판이다. 가벼워진 주머니보다 언제 휘몰아칠지 모를 고용불안이 더 크다. 현대중공업 ‘가족’으로 함께 살아온 동구는 수년째 이어진 불황으로 이제는 ‘황량함’만 맴돈다.

금속노조 고강알루미늄지회는 31년 노조 역사상 손에 꼽힐 만큼 힘든 투쟁을 벌이고 있다. 회사가 ‘경영위기’라며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한 상황에서 노조는 오너 일가의 ‘뒷돈 챙기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올 2월 설립한 화학섬유식품노조 울산지부 미원화학지회는 단체협약을 위해 사측과 마주앉는 것조차 쉽지 않다.

회사는 ‘생존을 위해’ 노동자들에게 ‘결단’을 요구한다. 회사를 떠나라거나 그동안 누렸던 복지를 내려놓으라는 식이다.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희생’을 강조한다.

‘산다’는 행위에는 ‘함께’라는 말이 숨어있다. 여러 주체가 얽힌 사회에서 혼자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헌데 어쩐지 ‘상생’을 위한 희생은 노동자들에게만 강요되는 것처럼 보인다. 천문학적으로 쌓아둔 사내유보금과 배당금이란 명목으로 오너 일가에 집중된 자본은 그 규모만큼이나 ‘불신’을 키우는데도 말이다. ‘힘들다’라는 말은 어느새 노조를 세상물정 모르고 떼쓰는 어린아이로 만드는 강력한 방패이자 무기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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