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지방경찰청은 최근 두달여간 공중화장실 320곳에 대해 몰래카메라 점검을 실시했다. (제공=울산지방경찰청)  
 
   
 
  ▲ 울산지방경찰청은 최근 두달여간 공중화장실 320곳에 대해 몰래카메라 점검을 실시했다. (제공=울산지방경찰청)  
 

“어디선가 찍고 있을 것 같아” 불안 호소하는 시민들
두달여간 320곳 점검 ‘0건’ 적발… 점검률 21.3% 그쳐
울산시, 조만간 장비 구입 후 점검 나서… 민간

울산에서도 공중화장실 ‘몰래카메라’에 대한 트라우마가 번지고 있다. 최근 두달여간 점검에서 실제 몰카가 발견된 적은 없지만, 경찰이나 지자체의 관리가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대한 불안감은 좀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A(23·여)씨는 요즘 공중화장실을 갈 때마다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화장실 칸막이 안에 들어가서도 문 구석구석에 수상한 틈새나 구멍이 있는지 한참 확인한다고 했다. 특히 잠금장치나 문 이음새 부분을 집중해서 관찰한다. 수상한 공간을 발견하면 휴지를 돌돌 말아 틀어막기도 하고 실핀으로 찔러본다고 했다. 공사 과정에서 실수로 생긴 구멍일지도 모르지만 그에게는 ‘몰카’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 A씨는 “뉴스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몰카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언제 어디서 찍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면서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공중화장실은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공중화장실 ‘몰카’는 사회적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단순히 일부 여성들만 경험하는 ‘예민한 문제’로 치부되지 않는다.

울산 경찰도 지역 공중화장실을 대상으로 집중 점검을 벌였고, 다행히(?) 현재까지 화장실에서 몰카가 발견된 적은 없다.

18일 울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6월 18일부터 8월 31일까지 관공서와 공원, 관광지, 버스터미널이나 철도역 등 공중화장실 320곳을 점검했다. 울산경찰청은 렌즈탐지형과 전파탐지형 두가지 형태로 총 11개 장비를 갖추고 있다. 각 경찰서 담당자가 점검에 나서는데, 지자체와 합동으로 진행하거나, 일부 기관의 요청을 받아 점검을 하기도 했다. 백화점이나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의 요청을 받아 수차례 점검을 실시하기도 했고, 청사 화장실과 기숙사 내부 점검까지 요청한 혁신도시의 한 공공기관에는 장비를 빌려주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많은 분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점검에서 실제 몰래카메라가 발견된 적은 없다”면서도 “공중화장실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요청하면 점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에서 점검한 공중화장실은 대부분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서 관리하는 화장실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민간이 관리하는 공중화장실을 포함해 울산지역 전체 공중화장실은 총 1,500곳에 달한다. 몰카가 없다고 확인된 공중화장실은 전체의 21.3%에 그친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등 일부 민간시설은 자체적으로 감지기를 갖추고 정기 점검을 통해 이용객들을 안심시키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울산시와 5개 구·군은 현재까지 장비를 갖추지 못해 경찰과 합동 점검에만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시는 최근 정부 특별교부금으로 각 구·군마다 장비 구입비로 5,000만원씩 총 2억5,000만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조만간 장비를 갖춘 뒤 정기 점검 등에 나설 계획인데, 점검 대상에 민간 공중화장실까지 포함시킬지 여부는 검토 중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몰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관련 예산도 확보하고 있고, 정기적인 점검과 함께 틈새나 구멍 등에 대한 보수도 진행할 계획이다”이라며 “점검 주기와 인력, 방식, 대상 범위 등 구체적인 방향은 충분히 검토한 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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