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활동을 하면 평균 3년에 100억 원 이상을 번다는 얘기가 있다. 도를 넘는 전관예우에 대해 우려가 커지자 최근 퇴임한 대법관들은 대학 석좌교수로 많이 갔다. 김선수 대법관은 아예 퇴임 후 변호사 활동을 않겠다는 각서를 쓰기도 했다.

사법부 70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퇴임 후 시·군 법원의 ‘시골판사’를 지원한 대법관도 있다. 박보영 전 대법관이다. 그런데 미담의 주인공인 박판사의 첫 출근길이 우울하고 참담한 길이 되고 말았다.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철도노조 호남지방본부, 민중당 전남도당 등에 소속된 30여 명이 “쌍용차 정리해고 판결 사과하라”며 첫 출근길을 가로막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를 뚫고 박판사가 출근하는 과정은 아수라장이었고, 취임식도 갖지 못했다.

판사의 판결이 언제나 국민의 법감정과 일치하는 건 아니다. 이해할 수 없는 판결도 있지만 헌법은 사법부의 독립을 선언하고 잘못된 판단을 바로 잡도록 하고 있다.

재판에 대한 학술적 비판이나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건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있지만, 물리적 행동이나 위협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대한민국 사법부(司法府)는 불가피한 오점이 없지 않았지만 선진국 수준의 법치 구현에 앞장서왔다. 대법원은 가인(街人)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취임 70년이 되는 2018년 9월 13일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하지만 축하받아야 할 주역들인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 상당수가 불참했다.

사법부의 현주소는 참담하다. 가인이 구현하려 했던 사법부의 모습에 비춰봐도 역주행 양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가인은 70세 정년으로 퇴임하기까지 9년 3개월 동안 행정·의회 권력의 압력을 물리치고 사법독립을 지켜냈다.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판결을 비난하자 “억울하면 절차를 밟아 항소하면 될 일”이라고 맞받았다.

오늘의 사법 불신 사태는 전·현 대법원장의 책임도 크다. 재판거래의혹 때문에 약 50명의 법관이 검찰에 불려가고도 모르는 척하고 있다. 전직 대법관이 시위대에 봉변을 당해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쑥대밭이 된 사법부에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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