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축제의 주류판매가 금지됐지만, 지난 18일 울산의 한 대학교 축제현장에서는 술을 무료로 나눠주거나 주류반입을 허용해 여전히 술잔이 오갔다.   
 

교육부가 각 대학교 축제의 주류판매 금지를 권고했지만, 울산의 대학가에서는 술을 무료로 나눠주거나 외부 반입을 하는 등 새로운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8시 울산의 한 대학교 축제 현장. ‘교내 술 판매 금지’가 무색할 정도로 먹거리 장터에는 술잔이 오갔다. 한쪽에는 업소에서만 볼 법한 주류냉장고도 마련돼 있었다. 소주병이 없는 테이블이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고, 홍보용 소주 입간판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주류’ 코너에는 콜라와 사이다 뿐. 하지만 ‘학생증 지참 시 1인당 소주 2병 제공’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술 ‘판매’가 아니라 ‘무료 증정’인 셈이니 엄연히 불법은 아니었다.

술이 부족했는지 한 학생은 가방에서 소주를 꺼냈다. 학생증이 없는 학생들은 인근 편의점에서 직접 술을 사오기도 했다. 맥주를 주문하자 “맥주는 편의점에서 사오면 된다”고 안내했다.

19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교육부는 각 대학에 ‘대학생 주류 판매 주세법령 준수 안내 협조’ 공문을 보내고, 대학축제에서 주류를 판매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주류 판매업 면허 없이 술을 팔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울산의 한 대학교는 주점을 없애고, 먹거리 장터와 푸드트럭을 도입했다. 대신 소주를 무료로 증정하기로 했고, 주류반입도 허용했다. 그렇다보니 판매만 금지됐을 뿐, 대학 축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술판이 벌여진 모습이었다.

술을 사기 위한 손님이 몰리면서 인근 편의점은 때 아닌 호황을 누리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이번 축제 기간에 소주 판매 매출이 2배 이상 늘어난 것 같다”며 “아무래도 주점에서 술을 팔지 못하다 보니 학생들이 편의점을 이용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일종의 ‘편법’으로 대학 축제를 즐겨야 하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달라진 축제 풍경에 의견이 분분했다. 대부분 교육부의 권고사항이 과도한 규제라는 반응이었다.

재학생 이모(21·여)씨는 “학생들이 술을 팔고 벌어들인 수익을 다시 학생을 위한 복지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는 편의점주들만 배를 불릴 것 같다”며 “차라리 술 판매를 허용해 학생들이 이익을 얻는 게 낫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기회에 대학가 축제에서 술을 마시는 문화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대학생 황모(22·여)씨는 “축제에서 술이 없으면 안된다는 인식부터 깨야한다”며 “술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도 적지 않은데, 이번 기회에 대학에서 음주를 장려하는 분위기가 사라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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