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오후 반구정에서 노숙자가 술에 취해 드러누워 있는 모습  
 

지역민의 문화쉼터 뿐 아니라 문화도시 울산 중구를 알리는 소중한 역사문화자원인 반구정이 복원 된지 3년여 만에 주취자들의 공간으로 전락했다. 당초 주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한 목적 등으로 건립됐는데, 지역의 상징적인 자원에 대한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구정은 반구동 307-3번지 일대 40㎡ 가량의 규모이며 정면 3칸, 측면 2칸, 지상 1층 구조의 누각이다. 바닥은 우물마루 형태이고, 지붕은 합각을 두는 ‘여덟 팔(八)자’ 모양의 팔작지붕이며, 마루대는 적새기와로 구성됐다. 정유재란(1579~1598년)때 소실됐다가 복원됐으며 1800년대 중반까지 남아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울산읍지(1092년, 1934년)에는 ‘울산부의 동쪽 서부촌에 위치하고 퇴사재 이응춘이 지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는 문화자산이다. 지난 2015년 문화도시 중구를 알리기 위해 재건립을 결정하고 다시 세웠지만 최근 그 목적을 잃은채 방치돼 있는 것이다.

중구의회 이명녀 의원이 지난 17일 오후 찾아간 반구정은 노숙자가 술에 취해 잠들어 있었고 주변에는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슬리퍼, 술병과 담배 등이 널부러져 있었다. 마치 이 노숙자가 반구정을 자신의 집인 마냥 이용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앞서 지난달 23일 열린 제208회 중구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도 반구정의 사후관리와 홍보부재 문제 등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이 의원은 “반구정은 동천제방 개설로 인해 높은 가벽이 가로막고 있어 밤에는 우번지역으로 변해 술판을 벌리는 이들과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로 변하고 있다”며 “이를 염려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주취 및 노숙자가 지속적으로 찾고 있어 별다른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이 의원은 “지역민의 문화쉼터 뿐만 아니라 문화도시 중구를 알리는 역사 문화자원으로 가치가 높다고 평가해 2억원의 혈세를 들여서 반구정을 재건했다”면서 “그런데 당초 본연의 취지는 퇴색되고 우범지역으로 둔갑해 주민들의 우려를 사는데 일조하고 있다. 사후관리 부재 상태로 방관하고 있는 중구청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중구청 관계자는 “최근 노숙자가 정자를 점령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구대와 동 주민센터 등에 협조를 요청했다”며 “주 1회 순찰을 도는 등 시설관리 등에도 좀더 세심하게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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