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목관 홍세태가 남긴 조선 후기 울산의 생활·문화
16. 잊혀진 지명을 노래하다

그림=배호.
어풍대
 
돈대(墩臺) 바깥의 동(東)으로는 바다인데
돛단배를 타고 가도 끝이 없다네.
다만 해 돋는 양곡만 볼 수 있을 뿐인데
간혹 울릉도에 이른다는 소문도 있다네.
기울어진 바윗돌은 반만 꽂혀 천만번 물결에 부딪치고
키 작은 소나무는 기울어져 만리 바람을 맞이하네.
우습다. 너는 신선을 기다리지만
나는 이미 대자연(大自然)의 기운을 맞이한다네.
 

此臺之外地無東 縱得乘槎亦莫窮

但見日生暘谷裏 或聞人到欝陵中

石欹半揷千重浪 松短偏當萬里風

笑爾列仙行有待 坐來吾已接鴻濛

홍세태의 초상

어풍대(馭風臺)는 고지도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지역의 대표적인 명승지이다. 이곳은 시기적으로 어풍대(漁風臺),어풍대(禦風臺),어풍대(馭風臺),어풍대(御風臺)로 불리어 왔다. 이후 19세기 초부터는 어풍대(御風臺)라 하였다.

그런데 어풍대의 어(御)에 주목하여 지역에서는 임금과 관련된 전설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이것을 사실로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전국에는‘어풍대’의 지명을 갖고 있는 곳이 8곳이지만 임금과 관련된 곳은 하나도 없다. 대부분은 ‘바람을 쐬고 풍광을 구경하기에 좋은 곳’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편, 울산 동구의 어풍대에 대한 지명의 유래는 김안국으로부터 유래되었다. 그가 지은 ‘등어풍대’라는 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여지도(숙종~영조).
등어풍대(登御風臺)    작자 김안국

어렴풋이 삼산은 눈앞에 펼쳐있고
신선들 피리소리 구름가에 내리는 듯
시원하게 바람타고 가고 싶으니
신을 벗어 버리듯 인간만사 버리고 싶다네.
 

隱約三山在眼前 鸞簫髣髴下雲邊

泠然欲御長風去 脫屣人間萬事捐


위의 시는 “어풍대는 울산의 바닷가에 있는데 남쪽에는 최치원의 ‘해운대’가 있고, 북쪽에는 목은 이색의 ‘관어대’가 있으나 빼어난 경치는 서로 우열(愚劣)를 가리기 어렵다. 이곳에는 예로부터 놀러 와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명칭이 없었으니 이 어찌 큰일이 아니겠는가? 이런 까닭으로 ‘어풍대(御風臺)’라 이름 지었다. 감히, 목은 이 선생과 고운 최 선생에 견주기 위함이 아니나 부족하나마 마음에 따라 지었을 따름이다”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그러므로 어풍대의 지명은 신라의 어떤 왕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1517년 경상도관찰사였던 김안국에 의해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보아야 한다.

각읍지도(연대미상).

한편, 지역에서는 위치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양하다.
장세동씨에 의하면 ‘어풍대’란 일산진의 북동쪽으로 돌아가다가 곶의 한 부분이 외따로 바다 밖으로 축 늘어진 곳으로 石巖(석암)이 축 늘어진 작은 개안을 ‘노늘개(串垂浦)’ 또는 ‘고늘물탕’이라 하고 이 늘어진 부분을 ‘어풍대’라고 불러오고 있다고 한다.

한편, 「학성지」에 의하면 ‘목성(牧城) 안의 일산포에 있다. 작은 언덕이 바다에 닿아 있어서 안계(眼界)가 환히 트이는데 오륙십 명이 앉을 수 있다. [돈대는 명명이 어느 시대부터 시작되었는가?  대개 「열자(列子)」의 영연(?然)이라는 뜻을  취한 것이다] 돈대의 북쪽은 뭍에 이어지고 돈대의 남쪽은 물로 나뉘어져 있다. 돌산에는 구멍이 뚫려서 북쪽을 향하고 있어서 배를 감출 수 있는 곳이다’ 고 되어 있다.

또한, 『울산목장목지1871 』 에 의하면 ‘어풍대는 관기 남쪽 15리에 있다. 일산진 경계이니, 곧 풍류를 먼저 볼 수 있는 경치 좋은 곳이다’라고 적고 있다.

그런데 ‘어풍대’가 그려진 영남읍지(1871)를 비롯한 위에서 여러 고지도에 의하면 모두 현재의 대왕암[원지명은 대양암] 부근으로 추정되는 곳을 ‘어풍대’라 기록하고 있다.

영남지도(추정․1745~1767).

그리고 대왕암 공원의 북쪽 부분에는 장구터라고 부르는 곳에는 넓은 공터가 있다.
그리고 이 돌산에는 배 한척을 간직해 둘만한 곳이 있다.

그러므로 이런 이러한 여러 가지를 종합하여 보았을 때 필자가 판단하기에 ‘어풍대’는 현 대왕암 공원의 울기등대 또는 그 일대를 지칭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대왕암(대양암)은 남쪽 큰 바다 쪽으로 크게 돌출된 큰 바위 덩어리를 일컫는 것으로 그 대상과 범위가 달랐다고 여겨진다.

한편 ‘어풍대’는 울산을 대표하는 명승지이며 인근 유림들이 풍류를 즐기던 장소이기도 하며 시제(詩題)로 많이 이용되던 곳이다.

그리고 현재는 교원연수원 이전문제와 국가명승지 지정 그리고 대왕암 공원 개발 등과 관련되어 관심이 많은 곳이다. 개발도 중요하지만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후손들에게 잘 계승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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