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북측의 구체적 비핵화 약속을 담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서 적대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도 채택됐다. 두 정상은 회담 마지막날 나란히 백두산에 오르는 장면을 연출하며 '한반도 평화시대' 주역으로 우뚝 선다.

두 정상은 이날 한반도 미래를 좌우할 현안을 놓고 65분간 허심탄회하게 대화한 끝에 ‘9월 평양공동선언문’을 내놨다. 이날 회담 테이블에는 남측의 서훈 원장과 북측의 김영철 부위원장도 배석했다.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은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도 합의했다. 전쟁 없는 한반도가 시작됐다”면서 “김 위원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에 서울을 방문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수십 년 세월 지속되어 온 처절하고 비극적인 대결과 적대의 역사를 끝장내기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했다”며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를 추진하며, 국제 전문가들이 지켜보는데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부터 영구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런 김 위원장의 파격 행보에 즉각 “매우 흥분된다”(very exciting)는 반응을 보여 평양에서의 성과가 북미대화 재개로 연결될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오는 24일(미국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다.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23일부터 미국을 방문하는 문 대통령은 24일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남북정상회담에서의 성과를 공유한다.

이날 남북한은 육상과 해상, 공중을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상호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도 채택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은 이날 백화원 초대소에서 군사분야 합의서에 서명했다.

여기엔 서해상 평화구역 및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설정,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시범 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서해와 동해 완충지대 내 해상기동훈련 중지 등 굵직한 내용이 담겼다.

오는 11월1일부터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서로를 겨냥한 각종 군사연습도 멈추기로 했다. 지상에선 MDL로부터 남북 각각 5㎞ 안에서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한다.

해상에선 서해의 경우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 동해는 남측 속초 이북으로부터 북측 통천 이남까지의 수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기동훈련을 중지한다. 또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 폐쇄 조치를 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남북정상회담 평양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갖고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내일(20일) 아침 일찍 백두산을 함께 방문한다”고 밝혔다.

일단 두 정상은 백두산 남쪽 정상인 장군봉까지는 올라갈 예정이며, 날씨가 좋으면 내려가는 길에 천지까지도 갈 예정이다.

김 대변인은 “평소 문 대통령은 중국이 아닌 우리 땅을 통해 백두산을 가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했는데 북측이 이런 점을 알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면서 “순안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백두산 근처 삼지연 공항에서 내려 차편으로 백두산 정상까지 올라갈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평양·서울공동회담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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