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일류(日流)열풍 갈수록 확산
독도 분쟁 등 역사 갈등과 여행 따로
가성비 높은 여행 늘면서 호감도 향상

입국절차 간소화·면세점 등 진흥책
일본정부 성장엔진 홋카이도 관광
지진 이후 예약취소 등 피해액 눈덩이

 

김병길 주필

화산, 지진, 온천, 료칸, 스시, 라멘, 사케, 타코야키…. ‘일본’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일본 열도를 휩쓴 태풍 ‘제비’와 9월 6일 새벽 홋카이도(北海道)를 덮친 진도 7(일본 기상청 기준 최대 흔들림)의 강진으로 관광 천국으로 불렸던 홋카이도가 전전긍긍이다. 무엇보다 지진이 덮칠 당시 홋카이도에 머물고 있던 한국인 관광객이 무려 4,000여 명이나 됐다는 사실이다.

홋카이도 관광은 여름과 가을이 대목이다. 7~9월에만 한해 전체 관광객의 40%에 달하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홋카이도를 찾는다. ‘2020년까지 외국인 여행객 4,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내건 일본 정부가 잇따른 자연재해 때문에 초비상이다.

홋카이도의 삿포로 조잔케이(定山溪) 온천에서만 적어도 3만명이 예약을 취소했고, 홋카이도 남동부 구시로의 아칸코 온천에서도 9월 예약자 8,000명이 숙박을 취소했다. 이렇게 취소된 예약취소 피해액만 이미 100억엔(1,000억원) 수준이다. 계속 집계 중인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과 숙박 여행객들이 줄면서 관광 대목을 겨냥했던 이벤트와 축제도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9월에 열리는 ‘삿포로 가을 축제’는 행사기간이 8일이나 줄었다. 일본영화 ‘러브레터’의 배경이자 운하 등으로 유명한 오타루는 운하에 조명을 비추는 ‘일루미네이션’을 중지했다.

홋카이도는 일본정부가 성장 엔진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전의 최전선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올림픽위원회는 그동안 검토해온 2026년 동계 올림픽 삿포로 개최를 단념키로 했다. 

강진으로 발이 묶였던 4,000여 명의 한국인 관광객은 운항이 재개된 신치토세 공항 국제선 항공편으로 귀국하기에 바빴다. 이 시각 주목 할만한 것은 한국 사회에서 일류(日流) 열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독도 영유권 분쟁,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역사 문제를 문화·여행 등과 결부짓지 않는 젊은 층이 점점 늘고 있어서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 수는 연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9월 10일 현재 일본 정부 관광국에 따르면 올 1~7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462만4,300명으로 2017년 동기에 비해 14.5% 늘었다. 

10만원짜리 왕복 비행기 티켓으로 후쿠오카 1박 2일 ‘깜짝 여행’을 다녀온 사람도 흔하다. 서울~부산 왕복 교통비가 10만원을 훌쩍 넘는 걸 감안하면 일본에서 초밥·라면을 먹고 와도 ‘남는 여행’일 것이다. 하룻밤이라도 후쿠오카 타워 전망대에 오르고 모모치 해변을 걸으며 일본을 만끽할 수 있다.

국내 일식당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06년 5,272개였던 일식당은 2016년 1만 39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한식당과 중식당이 각각 12%, 3%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출판업계에서도 ‘일류 열풍’은 건재하다. 소설부문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야쿠마루 가쿠, 히가시노 게이고 등 일본 작가 책이 절반을 차지했다.

한국의 동아시아 연구원 한국고등교육재단과 일본의 비영리 싱크탱크 ‘겔론 NPO’가 지난 6월 발표한 ‘한·일 국민 상호인식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일본에 대해 호감을 갖는 비율은 2013년 12.2%에서 올해 28.3%로 증가했다. 일본 여행이 늘어나면서 정보를 얻은 한국의 20~30대 젊은층의 호감도가 향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대지진으로 일본열도가 침몰한다는 작품과 영화가 나온 적이 있다. 일본의 대표적 SF 작가 고마쓰 사쿄의 소설이다. 대규모의 지각 변동으로 일본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사라진다는 내용으로 정말 일본열도가 침몰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지진 학자들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라시아판 경계에 있는 일본은 밀도가 무거워 침강하는 해양지각이 아니다. 밀도가 가벼워 솟아오르는 대륙지각이다. 그러니까 땅이 솟아오르지 가라앉는 것은 아니다. 물론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 피해와 함께 발생하는 쓰나미로 인한 피해는 엄청날 수는 있다.

만약 일본열도가 침몰하면 우리나라가 겪어야 할 피해도 엄청날 것이다. 영화 ‘해운대’는 일본 쓰시마섬이 내려앉으면서 발생한 초대형 쓰나미가 배경이 된다. 그런데 일본열도가 침몰할 정도의 지진이라면 우리나라도 온전할 수 없다. 지진과 그로인한 방사능, 화산 낙진, 쓰나미 등으로 우리나라 남부지방은 초토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과 필리핀, 미국, 캐나다, 중남미, 호주, 뉴질랜드도 피해가 클 것이다.

왜 ‘일본 열도 침몰’ 같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일까. 만에 하나 정말 발생한다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엄청난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올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우리 관광객이 최초로 3,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에도 내국인의 해외관광이 18% 늘어나 관광수지 적자는 138억 달러로, 약 15조원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과거 일본정부는 관광에 소홀했다. 입국절차 간소화와 면세점 등 각종 관광진흥책으로 관광선진국이 됐다. 미래의 유망 먹거리 산업으로 관광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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