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안전위원회가 어제 울산에서 개최키로 한 ‘원자력 안전기준강화 종합대책안 마련을 위한 국민의견수렴 설명회’가 무산 됐다. 설명회가 아닌 공청회나 토론회를 요구하는 울산지역 반핵단체들이 단상을 점거하는 등 강력히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원자력안전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여론수렴 작업을 하면서 정작 원전 최대 밀집지역인 울산에서 공청회나 토론회가 아닌 원안위의 안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 오죽하면 탈핵 단체들이 “원자력발전소가 없는 서울에서는 공청회를 개최하면서, 주변에 핵발전소 16기가 있는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역인 울산에서는 왜 설명회만 열고, 지역 의견수렴을 하지도 않는가.”라고 했을까.
사실 그동안 울산지역 탈핵 단체들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봤다. 고리 1호기를 비롯 월성 1호기의 폐로가 확정되는 등 지역 사회의 탈핵 여론이 상당부분 수용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원안위가 준비하고 있는 원전안전 종합대책이 다수호기안전성 평가, 주기적안전성평가에 최신기술을 적용하고 심의키로 하는 등 그동안 탈핵 진영이 주장했던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 호의적이었다.

이 때문에 이들 단체들은 원전안전을 위한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가 원안위의 종합대책에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우선 다수호기안전성 평가가 없는 상태에서 건설되고 있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따른 주민보호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었다.
또 중간처분장이나 최종처분장 대책 없이 핵발전소 부지 내에 건식저장시설을 지을 수 있게 한다는 원안위의 고준위핵폐기물 관련 정책에도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원안위는 경주 공청회를 통해 울산 등 동남권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하고, 울산지역 탈핵 단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았다.

지역 탈핵 단체들의 주장처럼 울산에는 지역의 원전 상황을 잘 알고, 그에 맞는 안전대책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나 시민들이 얼마든지 있다. 원안위가 이왕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면, 핵발전소도 없는 서울 공청회보다 핵발전소 입지지역과 인접지역 공청회를 우선적으로 하자는 지역 탈핵 단체들의 요구를 들어야 한다.
원안위는 ‘원자력 안전기준 강화 종합대책’이 마련하기 전에 울산에서도 설명회가 아닌 토론회나 공청회를 따로 마련해 울산지역의 여론을 수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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