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교육계, 외고․자사고 폐지 놓고 논쟁
당초 고교 평준화 정책 보완 취지로 도입
우수 학생 쏠림현상 불러와 일반고 황폐
무조건적 폐지보단 공교육 정상화 위해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에 행․재정 지원을 

허성관효정고등학교 교장

외고·자사고 폐지를 두고 정부를 비롯한 우리 사회가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을 비롯한 일부 시도교육감이 잇따라 외고·자사고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정부·시도교육청·시민단체뿐만 아니라 교육계가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사고는 현재 자율형사립고로 불리고 있지만 2001년 김대중 정부에서 자립형사립고로 처음 시작됐다. 노무현 정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에서 자립형사립고의 문턱을 낮춘 자율형사립고를 도입한 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외고는 1984년 전두환 정부에서 최초로 도입했다.

1974년부터 시작된 고교 평준화 정책이 당초 취지와 달리 교육의 하향 평준화를 불러옴에 따라 제도의 단점을 보완하고 수월성 교육과 교육과정의 다양화 및 학생과 학부모에게 폭넓은 학교 선택권을 주자는 취지에서 자사고가 도입됐다. 외고의 경우 1980년대 들어 냉전 종식의 가시화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및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 등을 계기로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인력을 조기에 양성할 필요성이 제기돼 도입됐다.

현재 전국에는 외국어고 31개교, 자사고 46개교, 국제고 7개교가 있다. 전국 2360개 고등학교의 3%에 해당한다. 우수한 학생들이 외고와 자사고로 몰리는 현상이 일어나자 일반고가 황폐해간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7월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외고·자사고 폐지를 밝힌 후 진보 교육감들이 외고·자사고 폐지를 서두르고 있다.
한편 울산시 교육청은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한 의견을 묻는 시의회 천기옥 교육위원장의 서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학교 운영 성과 평가를 해서 기준 미달인 외고·자사고는 지정을 취소하고 일반고로 전환할 계획이다”라고 지난달 17일 밝혔다.

교육계 현안으로 떠오른 외고·자사고의 폐지와 관련해 찬성하는 쪽은 설립 취지에 맞지 않게 입시 교육기관 전락, 고교 서열화 초래, 사교육 유발 등을 주장하고 있으며, 폐지에 반대하는 쪽은 교육의 획일화 초래와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학교 선택권 보장, 학업능력의 하향 평준화를 우려하며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문제점 보완 후 유지를 주장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폐지를 주장하는 쪽의 논리도 전혀 일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문제가 있다고 해서 지금까지 20여 년 가까이 유지돼온 교육정책을 새 정부가 하루아침에 뒤집는 것은 교육의 백년지대계와도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는 악순환을 경험했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얼마 전 김상곤 교육 부총리도 대선 공약대로 대학입시를 개편하려다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고 직에서 물러났다.

외고·자사고 폐지가 현 정부의 중요한 교육개혁 과제라 하더라도 제도 개혁을 정치적 논리로 밀어붙인다면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교육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교육정책일수록 교육전문가들의 충분한 논의와 교육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후 구체적인 전략과 로드맵에 따라 사회적 합의와 면밀한 제도적 절차를 밟아 진행하는 것이 순리라 생각된다.

그뿐만 아니라 차제에 공교육의 정상화와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에 대해 다 함께 고민해야 한다. 교육 당국은 현재 일반고의 문제점을 심도 있게 분석하여 이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 강화를 비롯해 특색 있는 교과중점학교 확대, 진로지도 강화, 단위학교 운영의 자율성 확대, 고교학점제 운영을 위한 인프라 조기 구축 등을 통해 외고와 자사고 못지않은 수준 높은 교육을 유도함으로써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 외고·자사고 폐지 논란을 바라보면서 뒤편으로 밀려나있는 일반고의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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