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10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 재벌총수의 사익추구경영중단 등을 촉구했다. 우성만 기자  
 

노조 “재벌총수 사익 위해 경영”… 11~18일 파업 방침
당혹스러운 회사… 노사 관계 첫발부터 경색 우려

현대중공업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협의회가 출범한지 이틀만에 노조가 회사를 향해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회사가 재벌총수의 사익을 추구하느라 경영위기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른바 ‘허니문’도 없이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에 회사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10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는 재벌 총수만을 위한 배임 경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지난해 사업부 분할과 지주회사 설립 등을 통해 회사가 경영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자금이 지주회사를 통해 재벌 총수에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내용은 이미 최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함께 국회 대토론회를 통해 밝힌 바 있다.

노조는 “지주회사와 총수일가는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약 1조원 상당의 자사주를 이용해 아무런 자금 부담 없이 그룹에 대한 지배력 13.4%를 획득하고, 이 부담을 현대중공업이 떠안았다”며 “경영개선을 위한 소중한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의 AS부품 사업에 대해서도 “현대중공업이 수주하고 생산한 선박에서 발생한 안정적인 사업인데도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전적으로 이전받아 진행하고 있다”면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첫해에만 약 6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는데, 이 또한 지주회사가 지분 전량을 갖고 있어 현대중공업은 아무런 이익을 누리지 못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총수 일가는 지금까지 얻은 이익과 앞으로 얻을 이익 모두를 자발적으로 환원해야 한다”면서 “주주대표소송 등과 함께, 이같은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투쟁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회사는 “지주회사 전환 등은 법에 따라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노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의 AS 사업에 대해서도 “서비스 사업은 제조업과는 사업 성격이 완전히 다르고, 투자와 육성을 전담하는 지주회사가 직접 관리하는 것이 사업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회사는 노사정협의회를 시작한 지 이틀만에 노조가 비판 기자회견에 나선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사정협의회에서 ‘신뢰회복’을 우선 과제로 내세웠는데, 노조가 곧바로 날선 태도를 보인 데 대해 적잖이 당황한 분위기다. 첫 발을 뗀 노사정협의회가 논의를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노사 관계가 다시 얼어붙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노조는 “이미 국회 토론회에서 언급됐던 내용을 지역사회에 다시 알리는 차원이고, 회사를 향한 비판이 아니라 경영진에 진정 회사를 위한 경영을 촉구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노사정협의체를 통해 고용·경영 문제를 풀어보자고는 했지만, 회사는 여전히 ‘기준미달 휴업수당’ 승인 신청을 철회하지 않고 있고, 임·단협 교섭에도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경영책임을 모두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가 달라진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노사정협의체만 믿고 노조가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11일부터 지단별 파업에 돌입하고, 오는 17일과 18일에는 전 조합원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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