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발전은 '타당성 없음' 결론 vs 남동발전은 일사천리 도입 추진
서부발전 관계자 "한국테크놀러지에서 제안서 직접 가져왔다"
권칠승 의원 "최고 책임자 수사의뢰, 감사원 감사 나서야"

한국전력 자회사인 남동발전이 수백억원을 들여 도입한 '석탄건조설비'는 이미 '타당성 없음' 결론이 내려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장의 지시 한마디에 일사분란하게 설비도입이 추진되고 이 과정에서 민간기업인 한국테크놀러지에 갖은 특혜가 제공돼 남동발전과 한국테크 간 유착가능성과 외압의혹까지 일었다. 

하지만 정부는 감사를 통해 지시를 이행한 애꿎은 직원들만 징계해 회사 대표에 대한 면죄부 감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10일 국회 산업위 소속 권칠승(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한국테크놀러지사(社)는 석탄을 말려 고효율의 석탄으로 만드는 설비 즉 '석탄건조설비'의 도입을 지난 2011년 서부발전에 제안했다. 

서부발전은 한국테크놀러지의 제안을 받은 직후 태안화력발전소 9, 10호기에 설비 도입이 가능한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한국전력기술에 사업 타당성용역(2012년 7월)을 의뢰했다.

용역의 결론은 '도입 타당성 없음'으로 나왔다. 권칠승 의원이 서부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석탄건조설비 도입 타당성 검토 자료>를 보면, '회전식 증기관 건조, 유동층 열 건조, 저압과열증기 건조 등 3가지 형식 가운데 저압 과열증기 건조방식이 가장 유리하지만, 경제성 분석 결과 고수분탄(수분 33.5%)을 설계탄(수분 20%)보다 톤당 25,000원 이상 싼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어야 경제적인 효과가 있어 현 시점에서 상용설비 도입은 적합하지 않다'고 적혀 있다.

서부발전은 용역결과를 보고 한국테크놀러지의 설비 도입제안을 거절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2011년 한국테크놀러지로부터 직접 석탄건조기술 도입제안이 있었고 한국전력에다 용역을 맡겨서 타당성을 조사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서부발전이 석탄건조설비 도입제안을 거절한 지 불과 수개월만에 한국테크놀러지는 남동발전에 설비의 도입을 제안한다. 어쩐일인 지 같은 한전계열사가 거절한 설비를 남동은 도입하기로 결정했고 2012년말부터 2013년 7월 설비도입 계약 체결까지는 일사천리였다.

한국테크놀러지가 같은 해 1월18일 사업제안서를 접수하자마자 남동발전 실무진은 1월 23일, 1월 25일, 1월 30일 잇따라 회의를 열고 1월말 파일롯 설비 계획마련, 2월8일 업무협약 체결 등의 절차가 초스피드로 진행됐다. 

통상 공기업의 사업추진에서, 제안서 검토에만 3개월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할 때 비정상적으로 빠른 업무추진이었다. 그 배경에는 당시 남동발전 장 모 사장의 강력한 사업독촉 지시가 작용한 것으로 산업부 감사에서 확인됐다.

남동발전과 한국테크놀러지는 2013년 7월 136억원에 설비건설계약을 맺고 이듬해 10월까지 무려 6차례나 설계변경을 허락해주는 등 갖은 특혜를 제공해 결국 설비도입에 투입된 돈은 300억원을 넘게 됐다. 특히, 2015년 늦깎이로 설비가 완공됐지만 운전가능일수는 연 148일에 불과하고 연 운영손실만 24억원에 달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와관련해 남동발전이 석탄건조설비를 도입하는 과정에 업무외적 변수가 작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었다.

하지만 산업부는 해임 4명과 정직 3명 등 43명을 징계하는 선에서 감사를 마무리하고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제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처분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칠승 의원은 "이러한 중대범죄에도 주무부처인 산업부에서는 당시 이 사업을 추진한 최고책임자 및 관계자들이 퇴직했다는 이유로 향후 공직인사에 인사자료로 활용하라고 통보한게 전부이다"며 "감사원 감사는 물론 관계기관에 고발조치까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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