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달 새 울산 동부경찰서 형사과 간부직원 3명이 자리를 옮기면서 부서가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직원들 사이에 제기된 ‘갑질’과 ‘성비위’ 등 의혹이 진실공방으로 번지면서 진흙탕 싸움 양상이 되고 있다.

16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동부서 형사과의 경정급 과장과 경감급 팀장 2명 등 3명에 대한 징계성 인사 조치가 이뤄졌다. 동부서 형사과장이었던 A경정은 중부경찰서 형사과장으로 지난달 20일자에 자리를 옮겼고, 같은날 B경감은 남부경찰서 대기발령이 났다. 또 다른 C경감은 이달 4일자로 울주경찰서로 대기발령난 상태다.

이들이 잇따라 인사조치 된 후 약 30명 8개 팀으로 이뤄진 형사과에 경감급 간부는 단 한명만 남게 됐다. 형사과장은 수사과장이 겸직하고, 공석이 된 팀장 업무는 각 팀의 고참인 경위와 경사급이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이같은 인사발령의 배경은 올 초부터 이어진 직원들 사이의 갈등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경정이 동부서 형사과장으로 발령을 받아 오면서부터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직원들에게 반말을 일삼고, 만취 상태에서 상습적으로 폭언했으며, 이유없이 결재를 보류하는 등 이른바 ‘갑질’을 반복했다는 게 직원들의 주장이다.

차츰 쌓인 직원들의 불만은 두달여 전 회식 자리에서 폭발했다. 노래방까지 이어진 술자리에서 A경정과 B경감이 부서 여직원을 자신의 무릎에 앉히고 어깨를 감싸는 등 성추행을 했다는 것이다. 내부 직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고, C경감이 앞장서 문제를 제기했다. C경감은 회식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당시 상황을 전해 듣고 진상조사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문제 제기는 동부서 청문감사관실을 통해 이뤄졌다. 이를 보고 받은 서장이 직접 중재에 나서기도 했지만, A경정이 사과를 거부하면서 감정 대립은 격해졌다.

C경감은 지난달 19일 울산경찰청에 정식으로 진정을 접수했고, 이튿날 A경정과 B경감에 대한 발령이 우선적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C경감에 대한 명예훼손 등 진정이 접수되면서 사건은 또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당시 회식에 참석했던 여직원이 성추행 피해를 부인하며 이를 공론화해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C경감은 인사 발령과 함께 최근 울산청 지능범죄수사대의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C경감의 인사 조치에 대해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복성’이라는 원성도 적지 않다. 형사과 직원 상당수는 C경감의 인사 조치가 부당하다며 원직 복귀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에게 제출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울산경찰청 감찰 관계자는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갑질 등 사실이 확인되면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비위’와 관련해서는 본청에서 조사 중이며, 울산경찰청은 이 조사 결과를 통보받아 이후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형사과를 비롯해 동부서 전체 분위기는 차분하다 못해 침울하게 가라앉아 있다. 형사과는 올해 4월 직원들끼리 주먹다짐을 벌여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동부서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떠나서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니까 의욕이 안 생긴다”면서 “조직 안에서는 눈치 보느라 바쁘고, 밖으로는 고개 들고 다니기 부끄러운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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