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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리 칼럼]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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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승현 울산중구정신건강복지센터 팀장
  • 승인 2018.10.1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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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삶’ 도달하기 위한 인간의 본능
  스스로 기준에 도달 못한 행복에 좌절
  자신의 삶 포기하는 극단적 행위 도달

  타인과 교류 통해 공동체 의식 새겨야

노승현 울산중구정신건강복지센터 팀장


한 때 우리 사회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웰빙(well-being)’은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인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드러내는 사회 현상이다. 비슷한 개념으로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는데, 웰빙과 웰다잉 둘의 공통점은 내 자신이 살아 숨 쉬는 동안, 몸과 마음의 안녕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모든 사람은 현재의 모습과 상관없이 본능적으로 자기 자신의 행복과 안녕을 추구하려 애쓰고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향해 쫓아가다 행복의 기준에 미치지 못해 좌절하고 낙담해 결국 현실에서 행복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자살(自殺)이다. 자살행위는 마치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살한 사람,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삶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들도 행복을 얻기 위한 끊임없는 투쟁을 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는 하루 약 34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OECD 국가의 10만명당 자살사망률이 평균 11.9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3.0명으로 압도적으로 높다. 

웰빙과 웰다잉에 대한 높은 관심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보여준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은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명명하고 자살의 사회적 원인에 대해 강조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빈곤, 실업 등 사회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벼랑 끝까지 내몰리는 사람들의 자살 시도가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높은 자살률에 대처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자살예방종합대책’을 시행했으며, 현재 ‘제3차 정신건강종합대책(2016~2020)’을 시행 중에 있다. ‘제1차 국가자살예방 5개년 기본 계획(2004~2008)’은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국가에서 대책을 마련하고자 노력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자살의 사회경제적 요인에 대한 고려나 실질적인 예방을 위한 법적근거나 관련 부처의 협조부족 등이 아쉽다. ‘제2차 자살예방종합대책’ 역시 자살의 원인으로 사회경제적 요인에 대한 지적은 있었지만, 해결을 위한 범부처적인 대책 마련은 미흡했다. 제3차 정신건강종합대책(2016~2020)’이 시행되고 있는 현 정부는 역대정부 최초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확산’을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또 2018년 2월에는 보건복지부 내 자살예방정책과를 신설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고 있어, 실효성 있는 예방정책이 실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회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노력과 함께 시민사회의 성숙한 의식과 태도가 필요하다. 성숙한 의식과 태도는 즉 공동체적 의식을 가지고 서로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문화이다.
요즈음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에 열심히 집중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남녀노소 예외 없이 핸드폰을 집중해서 보는 이면에는 홀로 내버려 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두려움은 핸드폰을 통한 네트워크에 더 자주, 더 깊이 빠져들게 하는 것이다. 최근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 등 연예인들의 일상을 노출시키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 역시 타인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욕구와 함께 네트워크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은 욕구가 때문이다.

이처럼 미디어 매체를 통해 세상과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는 미디어를 통해 그 순간에는 채워지나, 실제 일상이 타인과 연결돼 있지 않아 더 큰 소외를 낳는다. 서로에 대한 관심으로 엮여 있어야 우리는 서로를 도울 수 있다. 그리고 시민 사회에 이러한 의식과 문화가 꽃 피우게 되면 비로소 자살은 예방될 수 있다.
웰빙과 웰다잉,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네트워크다. 사람과 사람으로 연결돼 소외되지 않고, 그 속에서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경험을 통한 개인과 공동체의 성숙이 일어난다. 여기에 국가차원의 예방 노력이 더해질 때, 비로소 우리는 자살이라는 재난을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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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현 울산중구정신건강복지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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