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민상 UNIST 신소재공학부 교수가 새로 개발한 촉매 설계 원리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잉크나 계면활성제 같은 화학물질은 수많은 분자들이 뭉쳐진 고분자로 만든다. 이런 고분자를 만드는 데 핵심적으로 사용되는 광촉매의 ‘레시피(Recipe)’가 개발돼 화제다.

여기서 주어진 순서대로 따라하면 누구나 원하는 촉매를 만들 수 있다. 향후 컴퓨터를 통한 광촉매 설계도 가능할 전망이다.

UNIST(총장 정무영) 신소재공학부의 권민상 교수팀은 ‘합리적인 유기물 광촉매 설계 원리(유기물 광촉매 플랫폼 포함)’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원리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순서도처럼 한 장의 안내도로 정리됐는데, 순서를 따라가면 이론적으로 무한개의 유기물 광촉매를 개발할 수 있다.

실제로 연구진은 이 원리를 바탕으로 30여 종에 이르는 유기물 광촉매를 개발하고, 라이브러리를 구축했다.

현재 고분자 합성에 많이 이용하는 ‘원자 이동 라디칼 중합(Atom Transfer Radical Polymerization, ATRP)’은 금속촉매를 쓴다.

이 기술은 합성 후 금속을 제거하는 공정이 필요해 비싸고, 금속을 완전히 제거하기도 어려워 전자나 생물의학 분야로 응용되지 못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기물 광촉매를 쓰는 ‘유기물 광 산화?환원 촉매 기반 원자 이동 라디칼 중합(Organocatalyzed Photoredox-Mediated ATRP, O-ATRP)’이 개발됐다. 하지만 이 기술 역시 다량의 촉매가 필요하고, 착색이나 생체독성 등이 나타나는 문제가 있었다.

권민상 교수는 “금속촉매를 안 쓰는 O-ATRP가 자리 잡으려면 더 좋은 유기물 광촉매가 필요한데, 지금까지는 연구가 부족했다”며 “이번 연구로 유기물 광촉매를 만드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적절한 순서도를 제공해, 목표 고분자에 꼭 맞는 ‘반응맞춤형 광촉매’를 설계할 방법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고분자 합성에는 기본적으로 단량체(monomer)가 필요하다. 단량체의 종류에 따라 요구되는 유기물 광촉매의 성질(예를 들어 광흡수파장, 산화?환원 에너지 등)이 달라진다. 권 교수팀은 이 내용들을 종합해 설계 순서도를 만들었다. 원하는 고분자 반응을 정의한 다음, 이 순서도에 따라 촉매를 설계하고 조금씩 조절하면 손쉽게 유기물 광촉매를 얻을 수 있다.

권 교수는 “기존에는 빛을 흡수하는 유기물 광촉매 후보군을 고분자 및 화학반응에 하나씩 직접 적용해보는 방식(Trial & Error)으로 유기물 광촉매를 개발해왔다”며 “이번에 개발한 방식은 하나의 설계원리에 따라 ‘특정한 고분자 및 화학반응’에 꼭 맞는 유기물 광촉매를 설계할 수 있어, 추후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과 결합해 순수하게 컴퓨터를 통한 광촉매 설계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방식에 따라 개발한 유기물 광촉매는 0.5ppm만 써도 성공적으로 고분자를 합성할 수 있다. 또 기존에 O-ATRP에서는 활용하기 어려웠던 단량체를 재료로 쓰는 일도 가능했다.

권 교수는 “유기물 광촉매 플랫폼은 기존 ARTP 공정처럼 금속 촉매를 제거하는 과정이 없어 비용이 저렴하고, 다양한 단분자도 활용 가능해 O-ARTP 분야를 혁신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고분자 합성뿐 아니라 인공광합성, 물 분해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촉매 설계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서 출판한 촉매 분야 전문지 ‘네이처 촉매(Nature Catalysis)’ 10월 11일(목)자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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