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대부분 근거 없어…수분과 균형 잡힌 영양섭취 중요"

(연합뉴스 자료사진)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지면서 감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기온이 낮아지면서 바이러스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됐다는 점이 꼽힌다. 하지만 사실 감기와 추위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게 정설이다. 실제 극지방의 경우 너무 추워서 오히려 바이러스가 서식하지 못해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 드물다.

이런 감기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가 떠돈다.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 먹으면 좋다거나 땀을 내면 더 빨리 낫는다 등의 속설이 대표적이다. 과연 이런 속설은 의학적 근거가 있을까. 감기와 관련된 속설을 정리해본다.

◇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 먹으면 감기가 낫는다?

소량의 알코올은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일시적으로 몸이 가뿐해지고 기분이 좋아지게끔 한다. 10여년 전 한 방송사에서 감기 환자가 고춧가루를 탄 소주를 먹었을 때 어떤 효과를 보이는지 실험을 한 적이 있는데, 개인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한두 잔 정도를 마셨을 때는 감기 증상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것은 알코올에 의한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다. 근본적인 원인 제거에는 효과가 없을뿐더러, 알코올은 위장과 간의 기능을 떨어뜨려 전체적인 컨디션을 나쁘게 한다. 고춧가루를 탄 소주를 먹는 것보다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수분과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하는 게 최선이다.

◇ 따뜻한 이불 속에서 땀을 내면 더 빨리 낫는다?

이 방법에 대해서는 많은 설이 있다. 실제로 감기 중에는 땀을 푹 내고 나면 저절로 낫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감기는 200여개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기에 단순히 몸의 온도를 높여 땀을 빼는 것만으로는 모든 감기가 완치된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땀을 빼고 감기가 낫는 것을 경험했다면, 몸의 온도를 높이고 쉬면서 저절로 면역력이 회복돼 감기가 치유됐다고 보는 게 맞다.

◇ 주사 한 방이면 감기는 완치된다?

사실상 주사 한 방으로 감기를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감기 바이러스를 직접 완벽히 제거하는 치료제는 현재까지 없다. 보통 감기에 걸렸을 때 맞는 주사는 각각 고열, 기침, 통증 등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먹는 감기약도 주사처럼 각각의 증상에 맞게 치료하는 방식이다.

◇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다가 감기에 걸릴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독감을 예방하는 백신도 소량의 바이러스를 주사해 면역력을 높이는 만큼 몸이 약한 사람들은 오히려 감기나 독감에 걸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건 착각이다. 독감 예방백신은 맞은 지 약 2주 뒤에나 효과를 볼 수 있는데, 그동안에 '일반 감기'에 걸린 것을 독감에 걸렸다고 오해하는 것이다.

◇ 비타민C는 감기 예방 또는 증상 완화에 좋다?

감기에 걸리면 비타민C를 먹고, 평상시 예방을 위해 비타민C를 복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비타민C의 감기 예방 효과설은 수십여년 동안 지속됐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라이너스 폴링 교수는 비타민C를 먹는 것만으로 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영향으로 비타민C 열풍이 불었고, 동시에 비타민C와 감기예방에 관한 연구도 진행됐다. 2004년에 29개의 관련 연구결과를 종합한 메타분석 결과를 보면 비타민C는 운동선수처럼 격렬한 신체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50% 정도의 감기예방 효과를 나타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이런 감기예방 효과가 미미했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비타민C가 감기예방과 증상완화에 효과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는 "일반적으로 감기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수분과 균형 잡힌 영양분을 섭취하면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명확히 효과가 입증되지 않는 방법으로 감기를 치료하다가 오히려 병이 악화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여러 속설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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