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기소의견으로 송치…불교계 "포교원장 직위서 퇴진해야"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장이자 서울 불광사 창건주인 지홍 스님이 사찰 산하 유치원 공금 수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횡령 혐의로 지홍 스님을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지홍 스님은 불광사 산하 유치원에서 2013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5년여간 매달 수백만 원씩 총 1억8천만원가량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홍 스님이 불광사 산하 유치원의 비상근 이사임에도 매달 월급 명목으로 수백만 원씩 받은 것이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지홍 스님은 경찰 조사에서 "사실상 상근직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광사 신도들로 구성된 불광사정상화추진위원회가 7월 서울동부지검에 "지홍 스님이 유치원 공금 1억여 원을 급여 명목으로 차명계좌로 받았다"고 고발장을 내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수사 결과 지홍 스님이 차명계좌를 사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홍 스님은 의혹이 제기되자 6월 불광사 회주(법회를 주관하는 사찰의 가장 큰 스님) 자리에서 물러났고, 최근 사찰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조계종 포교원장직은 아직 유지하고 있다. 포교원장은 전국의 조계종 신도를 관리하는 포교원의 원장으로, 조계종 내 서열 2위에 해당한다.

1974년 지어진 불광사는 현재 신도 수가 5만명이다. 최근 주지 임명 등을 둘러싼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한편 24개 불교계 단체 모임으로 구성된 불교개혁행동은 이날 서울동부지검 정문 앞에서 '지홍 포교원장 퇴진 및 엄벌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민 세금 1억8천만원을 횡령했는데 종교단체 수장이라고 해서 처벌을 가볍게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아이들을 위해 쓰여야 할 돈을 자신의 호주머니로 넣은 것은 엄중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포교원장 직위를 유지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파렴치할 뿐만 아니라 종교단체 재정 투명화와 도덕성 회복을 요구하는 국민 여망에 반하는 것이기에 퇴진해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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