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아티스던시 시티’를 꿈꾸다] (3) 예술가와 대중이 공동체 이룬 도시, 프랑스 파리

1900년 만국박람회 위해 건축된 역사
재생 프로젝트로 ‘오르세 미술관’ 재탄생
건축물 내부 옛 역사 모습 살려 리노베이션
밀레 작품 등 명화 전시… 연 350만명 찾아
프로나드 플랑테 고가 철도 폐쇄 대신 재생
상부 산책로․정원, 하부 문화예술공간 변신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때 지어진 기차역을 리노베이션을 통해 세계인이 사랑하는 미술관으로 거듭난 오르세 미술관 내부. 오르세미술관은 프랑스 3대 국립미술관으로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명소가 됐다. 박수지 기자 suzi0611@iusm.co.kr

전세계인이 사랑하는 문화예술과 음식의 도시, 프랑스 파리(Paris). 맛있고 예쁘고 풍요로운 미사여구는 다 붙는 파리는 여러 면에서 사랑스러운 도시다. 파리지앵들을 손쉽게 만나볼 수 있는 센강 주변은 걷고만 있어도 행복할 지경이다. 특히, 파리는 1850년대부터 도시재생사업을 펼치고 있는 선구자적 도시 중 하나다. 그만큼 재생의 역사도 깊을 만큼 깊다. 파리는 무질서한 도시였지만, 전세계 관광객이 몰리는 관광도시로 만든 건 역시나 예술가와 대중이 힘을 합친 재생프로젝트였다. <편집자주>

◆폐쇄된 역에서 연방문객 350만 명 찾는 세계적 미술관으로

1850년대에는 판자촌과 골목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었고, 거리에 오물도 넘쳐났다. 당시 100만의 인구가 살고 있었는데, 파리시는 센강을 중심으로 큰 도로 50여개를 설치하고 콩코드 광장을 비롯해 현재 전세계 관광객이 몰리고 있는 파리 상징물들을 지어나갔다.

현재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의 위대한 화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대표적인 미술관인 ‘오르세 미술관(Orsay Museum)도 맥락을 함께 한다.

오르세 미술관은 루브르 박물관, 퐁피두 센터와 함께 파리의 3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연간 300만명 이상이 찾아오는 파리 3대 미술관이 되기전 이곳은 1900년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 맞춰 건설된 기차역 겸 호텔이었다. 사진은 오르세박물관 외관.(출처=오르세 미술관 홈페이지)

이곳이 특이한 건 미술관 전체가 기차역이었다는 사실이다. 1900년 만국박람회를 위해 건축된 역사였는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폐쇄됐다. 이후 1979년 역사를 미술관으로 재생시키는 프로젝트가 실시, 건축물의 내부는 그대로 살린 채 1986년 1월 개관했다.

이 때문에 미술관을 방문하면 역사의 옛 모습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천장의 유리 돔이 인상적인 지상층은 과거 플랫폼이었던 공간이고, 미술관 내부 정면에 달린 대형 시계도 당시 역사를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해 설치했던 시계 그대로다.

밀레의 ‘이삭 줍기’를 비롯해 반 고흐의 ‘자화상’ 등 명화가 즐비해 미술관으로서도 탁월하다. 이처럼 오르세 미술관은 기존의 공간을 활용한 재생프로젝트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한해 35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오르세 미술관은 본래 기차역 건물이었다. 사진은 기차역 당시 모습.(출처=오르세 미술관 홈페이지)

◆산책과 예술향유가 동시에 이뤄지는 옛 고가철도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영화 <비포 선셋>(2004) 속에 주인공인 두 남녀가 거닐 던 그곳, 바로 ‘프롬나드 플랑테(Promenade Plantee)’이다.

지난 9월13일 오전 프롬나드 플랑테 일원. 이른 아침시간부터 이곳을 찾는 관광객과 시민들로 붐볐다. 가벼운 복장을 한 시민들은 여유롭게 아침 산책을 하거나 애완견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었다.

또, 네덜란드에서 온 40여명의 미국 관광객도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들은 자국의 환경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인데,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를 견학하고 이곳의 매력을 알아내기 위해 방문했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 동남쪽 12지구에 위치한 프롬나드 플랑테는 원래 생 마우르 역을 연결하는 고가철로가 놓여있던 자리였다. 박수지 기자 suzi0611@iusm.co.kr

파리 12구에 위치한 이곳은 옛 바스티유역에서 뱅센(Vincennes) 을 거쳐 베르뇌유레탕을 이었던 옛 벵센철도 위의 공중정원이다.

이 노선은 1969년 12월14일 운행을 종료하며 바스티유와 벵센 사이의 구간이 폐쇄됐다. 결국 범죄 위험이 도사리는 대표적 우범지역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 소요와 환경문제 등으로 고가철도를 철거할 수는 없었다. 이에 파리시는 1980년대 중반 '도시재생'을 택했다. 버려진 고가철길 상부를 꽃과 나무, 작은 연못이 흐르는 산책로와 정원으로 꾸민다는 계획이었다.

고가철길 하부는 붉은색 벽돌로 쌓은 아치 공간을 마련했고, 지역 특색이 묻어있는 예술가와 수공업자를 위한 공방, 아틀리에, 카페 등이 들어섰다. 기존의 철로 구조물을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상부는 도심 속 공원, 하부는 문화예술·상업공간으로 변신한 것이다.

물리적인 재생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재생까지 이뤄낸 곳이라, 프롬나드 플랑테는 다른 많은 도시재생사업에 영감을 주고 있다.

프롬나드 플랑테는‘그랑 프로제’추진에 따라 1993년에 4.7㎞ 길이의 선형(線形) 도심 공원이자 공중 정원으로 거듭났다. 사진은 프롬나드 플랑테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하는 모습. 박수지 기자 suzi0611@iusm.co.kr

프랑스 파리 글=이다예 기자/사진=박수지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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