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철 중부경찰서 수사과 경사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져스’에는 여러 슈퍼히어로가 등장하지만, 그중에서도 단순 무식함에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인물이 있다. 바로 ‘헐크’다.

젠틀하고 지적인 과학자 브루스 배너는 외부 자극을 받아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 통제 불가능한 초록색 괴물로 변해 분노의 괴성을 지르며 윗옷을 찢고 싸움을 시작한다. 매번 전투가 무르익을 때쯤엔 어김없이 등장해 초전박살(初戰博殺) 전법으로 다 때려 부셔버리는 광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캐릭터가 영화 속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평소 얌전하던 사람이 초록색 소주병만 마시면 헐크로 변해서 주먹을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를 현실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울산지역 범죄자 13만6,372명 중 주취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자가 3만6,245명으로 전체범죄자 중에서 27%를 차지했으며, 폭력사범은 3만39명 중 1만95명으로 70% 이상이 주취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유흥가 주변 야간 112신고의 다수는 주취폭력과 관련돼 있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주취자의 무차별 폭언과 폭행에 크고 작은 부상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술 취하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주사(酒邪)에 관대한 분위기와 공권력을 경시하는 풍조가 더해져 날이 갈수록 주취폭력 사범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0월 18일 울산지방경찰청에서는 ‘주취폭력 근절 시민대토론회’를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사회 주취폭력 현주소의 심각성 인식과 처벌 수위 강화에 대한 범시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했고, 공공장소 금주구역 지정에 대한 법령제정 및 주취자 보호시설 확충 방안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앞으로 주취폭력 근절을 위한 공감의 장이 더욱 많아져서 영화 속 헐크를 현실에서 보는 일이 적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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