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A 자회사 반대 투쟁하던 특수경비 용역 노동자 사망
유가족·노조 “공식 사과·직접 고용 약속” 촉구 기자회견

   
 
  ▲ 노동열사 고 김원창 동지 민주노동자장 장례위원회는 22일 울산시청 앞에서 울산항만공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항만공사는 자회사방식 전환을 전면 중단하고 항만운영인력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 했다. 우성만 기자  
 

“남편은 울산항만공사에서 특수경비원으로 일하면서….”

고(故) 김원창씨의 부인은 미리 써온 글을 읽으면서도 터져 나오는 울음을 삼키지 못했다. 오열에 뒤섞인 말 가운데서도 “슬프다”는 그의 심경은 또렷했다. 숨이 넘어갈 듯 울음을 내지르던 그는 옆에서 공허하게 “오빠”를 찾는 시누이를 부둥켜안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끝내 주저앉은 이들은 부축을 받으며 기자회견 자리를 떠났고, 침통한 분위기만 남았다.

고 김원창씨는 2013년부터 울산항만공사(UPA) 특수경비원으로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다. 용역업체 소속으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희망을 가졌던 86명 중 한명이다.

UPA는 기간제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았고, 대신 용역 업체를 통해 시설 경비 등 업무를 맡겨왔다. 정부 발표 이후 UPA는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해 이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용역업체에 주어지는 이윤부분으로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또다른 용역업체인 자회사를 원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투쟁은 최근까지 1년 가까이 이어져 오고 있다. 김원창씨는 공공연대노조 울산지부 남구지회장으로 UPA의 자회사 설립을 앞장서서 반대했던 인물이다. 지난 19일 청와대 앞에서 1박2일 단식 농성을 마치고 돌아오던 기차에서 쓰러진 김씨는 이튿날 새벽 숨을 거뒀다. 올해로 만59세. 병원에서 밝힌 사인은 급성 심정지였다.

유가족들과 노조는 22일 울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회사 전환에 반대해 계획한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자 공사 측은 여론을 분열시키고 고인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면서 “과도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고인의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UPA의 공식 사과와 함께 파견·용역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책임 있는 답변을 내지 않으면 노동, 시민, 사회단체와 함께 UPA 사장 퇴진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UPA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현재 울산지역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막바지 수순에 접어들었다. 직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가 없었던 안전보건공단은 일찌감치 파견·용역 간접고용 비정규직 112명을 직접고용 정규직 형태로 전환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과 근로복지공단도 156명과 1,464명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울산시교육청과 울산지방경찰청도 청소 등 용역 노동자들을 직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사장 공석 등으로 일정이 늦어진 한국석유공사는 지난달 기간제 노동자 1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최근 용역·파견 간접고용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 논의를 시작했다. 사무 등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54명 중 36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하고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며, 경비나 시설관리 등을 담당하는 400여명에 대해서는 자회사 설립을 포함해 정규직 전환 방식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의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중앙부처 공공기관 334곳 중 33개 기관이 파견·용역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자회사를 설립했거나 추진 중으로 나타났다. 그 규모는 3만2,514명으로,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간접고용 노동자 5만9,470명의 54.7%에 달한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