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최대 특수로 분류되는 연말 시장이 '팬덤'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스타 캐스팅은 연말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획사들이 가장 먼저 고려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다.

뮤지컬계 막강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조승우와 김준수부터 TV와 영화를 통해 친숙도가 높은 유연석과 오만석 등까지 연말 대전에 가세했다. 

공연계가 과도하게 스타 캐스팅에 의존한다는 비판이 늘 제기되지만, 이번에도 이들 배우가 티켓 전쟁과 매진 행렬을 견인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선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지킬앤하이드'는 조승우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다. 

'지킬앤하이드'는 199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후 독일, 일본, 스웨덴 등 10여 개국 무대에 올랐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이상하리만치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조승우는 2004년 이 작품의 한국 초연 당시 특유의 흡인력 넘치는 연기와 가창력으로 작품 흥행을 견인한 주인공으로 꼽힌다. 상반된 두 자아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하며 관객들을 쥐락펴락한다.

조승우 역시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2010년 군 제대 후 복귀작으로 이 작품을 선택했을 정도다. 이번 시즌 전까지 243회 출연을 기록했는데, 이 역을 맡은 배우 중 단연 최다 출연 회차다. 

조승우와 함께 시원한 가창력으로 유명한 홍광호와 박은태도 이미 지킬·하이드 역으로 출연한다.  

이들의 이름값 때문에 지난 8월 열린 1차 티켓 판매분은 예매 시작 2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개막 전에만 9만여 장 티켓을 팔아치운 것으로 집계됐다. 

공연이 내년 5월 19일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새로운 흥행 기록이 세워질 가능성도 있다.

그룹 동방신기 출신 뮤지컬 배우 김준수도 5년 만에 뮤지컬 무대 복귀를 알리며 연말 전쟁에 불을 질렀다. 뮤지컬 분야에서 출연료가 가장 높은 편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진 배우다. 

그는 오는 17일부터 내년 2월 10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하는 '엘리자벳'의 '죽음' 역으로 출연한다. 최근 병역 복무를 마친 그의 데뷔작이라 주목도가 더 크다.

김준수는 2010년 '모차르트!'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후 '엘리자벳', '드라큘라', '데스노트', '도리안 그레이' 등에 출연하며 막강 티켓 파워를 과시했다. 

이 중에서도 '엘리자벳'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2012년 이 작품의 초연과 이듬해 앙코르 공연에 출연했는데, 팬들 사이에서는 '샤토드'(가수 시절 이름인 시아준수와 극 이름 토드를 합친 것)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 14일 판매된 '엘리자벳' 티켓 중 김준수가 출연하는 회차는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지난 8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브로드웨이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사랑과 살인편' 역시 스타 마케팅으로 순항 중이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란 점, 팬층이 두껍지 않은 코미디 뮤지컬 장르라는 점 등이 약점으로 꼽힐 만하지만, TV와 무대, 스크린 등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김동완, 유연석, 오만석, 이규형 등이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특히 주인공 '몬티 나바로' 역과 1인 9역의 멀티롤(많은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배역) 캐릭터인 '다이스퀴스' 역 비중이 큰 공연인 만큼 든든한 스타 배우들이 극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승우나 김준수의 티켓 파워와는 차이가 있지만 초연작임에도 공연장 주요 좌석은 관객들로 빼곡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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