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성향 분석 등 문건 내부망 게시, 노동부 부당노동행위 조사
노조 “지속·광범위 불법 자행” 주장 · 사측 “조직적 지시 없어” 해명

현대중공업이 노조원의 성향을 파악하고 대의원 등 노조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 심각성을 인지하고 사실 확인에 나선 회사는 “조직적인 업무 지시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노조는 “회사의 부당노동행위가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뤄졌다”고 규탄하면서 노사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 사장단 교체 이후 다소 긍정적 기류로 형성됐던 대화 국면이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등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까지 회사 측이 노조 활동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최근 내부 전산망에 게시됐다. 문건에는 조합원의 성향을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일부 조합원을 집중 관리한다거나 이른바 ‘강성’ 성향의 대의원을 설득해 ‘합리파’로 전향시켰다는 등의 내용과 함께 노조 선거에 활용한다는 등의 계획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내사에 착수했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회사 측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관련자에 대해 징계 처분을 하겠다면서도 회사 차원에서의 조직적인 업무 지시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사측 관계자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되는 활동을 금지하고, 관련 교육을 계속 실시해오고 있는데도 이런 사안이 발생해 당혹스럽다”면서 “해당 문건은 일부 현장 담당자의 과도한 의욕과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보이며, 회사 차원의 조직적인 업무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관련 부서 책임자급에 대한 인사대기 조치하고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관련자에 대한 징계 처분을 할 것”이라면서 “전사적인 차원의 자체 감사와 함께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의 부당노동행위가) 일부 부서에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전 사업장에서 광범위하게 지속된 것”이라며 곧바로 반발했다. 회사의 해명에 대해 “꼬리자르기를 시도하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 등을 밝히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문건에 대한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적으로는 당장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대의원 선거가 있다. 선거의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예년과 마찬가지로 이달 말에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 운동이 본격화되면 해당 문건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논란이 거세지면 겨우 세달여만에 재개된 노사 교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사장단 교체 이후 노사는 대화 국면에서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노사가 다시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노조 집행부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경우 노사 관계가 다시 경색될 수도 있다.

지난 6일 100여일 만에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재개한 노사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실무교섭과 본교섭을 거듭하며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