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르셀로나의 쇠퇴한 공장지대에서 첨단 산업도시로 탈바꿈한 22@ 혁신지구 평면도. 임경훈 기자  
 
   
 
  ▲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가로·세로 113m의 정사각형 블록으로 이뤄진 바둑판 같은 블록들이 차곡차곡 들어서 있는 것을 볼수있다 이 블록들을 9개로 묶은 것이 슈퍼블록이다.   
 
   
 
  ▲ 스페인 바르셀로나 포블레노우 22@ 혁신지구 내 거리 풍경  
 
   
 
  ▲ 바르셀로나의 쇠퇴한 공장지대에서 첨단 산업도시로 탈바꿈한 22@ 혁신지구에는 정보통신기술(ICT) 및 미디어에 특화된 대학 UPF와 미디어 기업 RBA가 나란히 입주한 고층 건물이 보인다 임경훈 기자  
 
   
 
 

도심 속 미세먼지, 차량 과부하 등은 전 세계 도시들이 당면한 공통적인 과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염물질 배출 기준 강화 등 다양한 정책을 내 놓고 있다. 그런데 문제점을 인식하고 내 놓는 정책들 보다 자연스럽게 지속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단연 꼽히고 있는 키워드는 ‘보행친화’, ‘도시재생’, ‘친환경’이다. 이 같은 키워드로 가장 혁신적인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 바르셀로나의 정수를 만나보자.

# 차가 사라진 작은마을 슈퍼블록

바르셀로나는 가로·세로 113m의 정사각형 블록으로 이뤄진 바둑판 같은 계획도시다. 바르셀로나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만사나(Manzana)9개를 한데 묶은 것이 '슈퍼블록'이다. 가로세로의 길이가 각각 400m로 5,000~6,000명이 생활하는 작은 마을이다. 도심 자동차 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한 콘셉트다.

이 공간에선 거주민 차량과 응급차, 쓰레기 수거차 같은 공공서비스 차량만 진입할 수 있으며, 이들 차량의 속도 역시 시속 10km로 제한된다. 슈퍼블록 밖 도로의 제한속도는 보통 시속 50km다. 포블레노우 지역 슈퍼블록은 지난 2016년 9월 조성됐는데, 당시 건축학과 교수와 학생, 시민들이 자동차로부터 해방된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함께 논의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재활용 자재를 활용한 놀이터, 녹지, 주민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쉼터를 만들었다. 그렇다 보니 이 블록 도로 교차로에 설치된 공간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점심시간을 보내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다른 쪽에는 탁구대 등의 스포츠 시설이 설치된 곳 도 볼 수 있었다.

슈퍼블록의 개념은 과거에도 있었다. 1993년에는 구도심에 위치한 산타마리아 델마르 성당 인근에, 2005년에는 그라시아 지구에 만들어진 바 있다. 이러한 실험은 2015년 아다 콜라우가 시장이 되면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콜라우 시장은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집에서 ?겨 날 위기에 처한 주민들을 보호하는 운동을 한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바르셀로나는 부유먼지와 공해로 인해 도심에서 해마다 3,500명이 조기 사망하고 있고 대기오염이 취학연령 아동들의 두뇌 발달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오염물질을 내뿜고 소음공해를 유발하는 자동차 통행량을 21%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 기후변화 대응책 슈퍼블록

바르셀로나 시는 현재 시범 적용 중인 슈퍼블록을 점차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모두가 이 정책을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포블레노우 인근 건물에선 ‘노 수페리야’(NO Superilla) 펼침막을 걸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슈퍼블록에 반대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올해 1월 주민 일부는 슈퍼블록 사업 추진에 항의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주민들의 경우 내 차를 집 앞에다 주차해놓지 못하고 지정된 구역에 해야 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크다는 것이다. 또 슈퍼블록 바깥지역은 교통이 더 혼잡해졌다는 의견도 많다.

바르셀로나 시의회 공동위원회 이사인 데이비드 마르티네스 가르시아(David Martinez Garcia)는 슈퍼블록이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장은 주민들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정책이다 보니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며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주민들에게 돌아갈 정책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한사람 한사람을 직접 만나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여전히 불편함을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지만 예전 보다는 많이 협조적”이라고 말했다.

슈퍼블록이 아니더라도 런던을 포함해 다른 유럽 도시들도 차로 축소, 자전거 인프라 및 대중교통 확대, 교통부담금 부과, 노후차 통행 금지 등 다양한 정책을 동원해 자동차를 도심에서 몰아내고 있는 추세다.

# 지속가능한 도시 ‘팹시티’

슈퍼블록이 포블레노우(Poblenou) 지역에선 지속가능한 도시를 꿈꾸는 '팹시티'(Fab City)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팹시티 프로젝트는 2050년 세계 인구의 75%가 도시에 거주할 것이라는 유엔(UN)의 전망에 따라, 자원을 소비하는 도시가 시민 주도로 자체 생산력을 갖춘 도시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운동이다. 외부에서 생산된 자원을 들여와 소비하고 쓰레기만 배출하는 도시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생산, 도시농업 등을 통해 2054년까지 도시 자급자족률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이는 ‘22@Barcellona 프로젝트’와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카탈루냐고등건축연구소(IAAC) 주도로 지난 2014년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해 지금은 파리, 암스테르담 등 18개 도시가 참여하고 있다. 교육기관으로 ‘팹랩’을 운영하며 팹시티 회원 도시에 식량, 에너지, 생활용품 등 필요한 자원을 자체 생산하는 기술과 정보, 데이터 등을 공유한다.

지금은 전 세계 1,400개 팹랩이 연결돼 있으며 인근 지역에 적용을 통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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