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을 완파했을 때 받은 충격은 컸다. 바둑의 날(11월 5일) 축제 중 가장 큰 관심거리는 한국랭킹 2위(현재 1위) 신진서 9단과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 카카오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오지고(Og-Go)’의 대국이었다. 

오지고는 국내 IT(정보기술) 대기업이 개발한 첫 바둑 AI다. 그러나 대국은 싱겁게 끝났다. 오지고가 바둑 축(逐)을 파악하지 못해 신 9단이 단 83수(手)만에 불계승을 거둔 것이다. 축은 계속 돌을 두어도 어차피 상대방의 돌에 잡힐 수 밖에 없는 모양을 말한다. ‘축 모르고 바둑 두지 말라’는 격언처럼 기본적인 수읽기다.

11월 5일 ‘바둑의 날’은 자유한국당 조훈현 의원의 발의로 제정된 ‘바둑진흥법’ 제7조에 따라 이번에 처음 만들어진 법정기념일이다. 이날 한국 현대바둑을 개척한 고(故) 조남철(9단) 선생이 한국바둑을 상징하는 대국수(大國手)로 추대됐다. 한국 현대바둑 역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기사 6명은 국수로 선정됐다. 김인(75) 9단, 조훈현(65) 9단, 조치훈(62) 9단, 서봉수(65) 9단, 이창호(43) 9단, 이세돌(35) 9단 등이 주인공이다.

11월 5일은 조남철 선생이 1945년 서울 남산동에 한성기원을 세운 날이다. 한성기원은 한국 바둑의 총본산인 한국기원의 전신이다. 11월 5일은 또 1998년 조치훈 9단이 제23기 일본명인전 방어전 7번기 제63국에서 도전자 왕리청 9단을 제압하고 대망의 1,000승을 달성한 날이기도 하다.

이날 승리로 통산 전적 1,000승 465패 4무를 기록한 조치훈 9단은 3년 연속 일본 3대기전인 기성전과 명인전, 본인방어전을 제패하는 대삼관의 위업을 달성했다. 조9단은 6세때 일본으로 떠나 13세에 프로기사로 등단, 30년 만인 42세에 1,000승을 달성했다. 일본 바둑 사상 최연소 입단, 최연소 타이틀 획득, 최연소 9단, 타이틀 최다연패 등의 기록행진을 했다. 아직 한국국적을 유지하며 일본에서 활약 중인 조치훈 9단은 최근 본인방어전 10연승이라는 위업을 이뤄 바둑인생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어린 그의 손목을 이끌고 일본으로 인도한 사람이 조남철 대국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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