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밖 청소년과 함께한 공감가출체험
9시간 거리 누비며 아이들 마음 헤아려
따뜻한 관심․시선으로 아이들 이끌어야

최덕종울산 남구의회 복지건설위원회위원장

가정 밖 청소년과 특별한 동행 ‘공감가출체험’ 행사에 참여했다. 청소년쉼터에서 주관한 행사로 가출해현재 쉼터에서 생활하는 한 학생과 밤 9시부터 새벽 6시까지 동행하며 이야기를 듣고 길거리에서 잠자기, 편의점에서 라면먹기 등 여러 가지 미션을 수행했다.

9시간 동안 어두워진 거리를 함께 걸으면서 가출했을 때 여정을 학생의 주도로 체험하는 것이다. 처음 몇시간 동안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가출할 수밖에 없었던 가정 형편이나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아픈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쉼터에 와서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합격하고 내년부터 대학생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나눴다. 그림 그리기 같은 미션을 수행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듯 했으나 새벽2시가 넘어가기 시작하자 춥고 배고프고 다리가 아파오면서 피곤이 몰려왔다. 잠을 청해 보려고 거리의 벤치에 누워보았지만 차가운 기운이 온몸에 파고들어 도저히 잠을 청할 수 없는데 함께 한 학생은 찬바람이 부는 태화강변 한 벤치에서 곯아떨어지기도 하고 자리만 생기면 누워서 몸을 웅크린 체 익숙하게 잠에 빠져든다.

아직 가을임에도 밤거리는 너무나 추웠다. 어떤 연유에서든 집을 나와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마음의 추위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방황하는 어린 새들은 추운 겨울밤 어느 건물아래서 얼마나 떨어야 할까? 새벽 4시가 넘어가니 빨리 마치고 따뜻한 집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가정을 떠나 추위에 떠는 아이들 마음속에 따뜻한 가정이 얼마나 그리울까?  차가운 새벽공기속에서 가출 청소년의 마음의 추위를 체험한 것 같다.

특별한 동행을 하면서 느꼈던 것은 우선 가출이라고 하면 그냥 청소년 시기 단순한 방황 아니면 비행을 일삼는 문제아들의 철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가정폭력 등의 상처를 받은 아이의 어쩔수 없는 선택이 많다는 점이다. 아이들의 가장 기본적인 안식처인 가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해 집을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타의적인 가출이 발생되지 않도록 사회공동체가 세심히 살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또한 쉼터에 대한 관심이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아이들은 하나같이 밝고 자기 삶에 대해 긍정적이고 최선을 다해 공부하는 학생들이었다. 나와 동행한 친구는 가출해 쉼터에 있으면서 열심히 공부해 대학을 합격했다. 수고 하시는 선생님들께 절로 감사가 나왔다. 아이들의 상처를 안으면서 그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는게 분명하다.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이분들께도 더욱더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것 같다.

또 한 가지 느낀 점은 이들을 끝까지 도와줄 수 있는 사회시스템의 아쉬움이다. 가출해서 쉼터에 머물면서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합격했지만 당장 등록금, 거주지등 기본적인 생활이 문제가 됐다. 가정 밖 청소년들에 대한 지원이 대학, 또는 직장을 구하고 주거지를 구할 수 있을 때까지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9시간 동안의 동행을 마쳤을 때 아이들의 손을 잡으면서 다짐해 본다. 좀 더 따뜻한 동행이 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일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그리고 지금 현재도 추위에 떨고 있는 아픈 청춘들을 보듬으면서 따뜻하고 밝은 세상으로 이끌기 위해 수고하시는 분들의 아름다운 동행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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