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샤르자에 KT 지원으로 장애인 맞춤형 스마트 팜 완공

초겨울에 접어들었지만 11월 아랍에미리트(UAE)의 낮 기온은 섭씨 33도까지 올라가 후텁지근했다.

18일(현지시간) UAE의 샤르자 에미리트에서도 동쪽 끝, 오만 해와 마주 보는 코르파칸 지역에 세워진 '스마트 팜'(smart farm)안으로 들어서니 제법 시원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실내 기온은 섭씨 25도. 에어컨을 전혀 가동하지 않고도 물과 대형 환풍기로만 8도로 실내외의 온도 차를 유지한 것이다.

그렇지만 스마트 팜 안에서 에어컨은 볼 수 없었다.

출입문 반대쪽 벽에 라면 면발처럼 생긴 꼬불꼬불하고 두꺼운 기름종이로 발라진 쿨링 패드가 에어컨을 대신했다.

실내 온도가 올라가면 자동으로 종이를 타고 물이 흘러 내리고 반대편에 있는 대형 환풍기가 더운 공기를 뽑아낸다.

이런 방식으로 실내 온도가 낮아지게 된다. 이 벽 앞에 서면 냉풍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뜨거운 사막 기후인 UAE에서 스마트 팜이 성공할 수 있느냐는 실내 온도를 작물의 생육에 맞게 낮추는 일에 달렸다.

일단 이 정도 온도 차라면 꽤 성공적이라고 한다.

이 스마트 팜은 샤르자 에미리트 군주의 딸 셰이카 자밀라 알 카시미가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는 '샤르자 인도주의센터'(SCHS)가 한국 KT의 전적인 지원으로 이날 완공됐다.

셰이카 자밀라는 UAE에 장애인 학교 여러 곳을 설립해 교육 기회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 기여 활동으로 널리 존경받는 '공주님'이다.

그는 한국에 있는 지인의 소개로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KT의 장애인 친화형 스마트 팜을 직접 견학하고 UAE에도 이를 세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KT가 설계하고 스마트 팜이 해외에 지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마트 팜은 겉보기엔 평범한 비닐하우스처럼 보였지만 안에선 내부와 외부의 온·습도, 풍향·풍속, 강수량, 일조량, 내부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는 센서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이런 센서들이 모은 데이터를 분석해 온도와 습도, 영양분이 녹은 물을 주는 양, 실내 환기 등을 자동으로 제어해 작물이 최적화된 환경에서 자랄 수 있게 한다는 게 스마트 팜의 개념이다.

이런 제어 작업은 먼 거리에서 스마트폰 앱이나 컴퓨터도 할 수 있다.

SCHS가 운영하는 장애인 학교 학생들은 이날 이 스마트 팜에서 민트, 로즈메리, 백리향 같은 허브 작물의 씨와 묘목을 심었다.

SHCS는 스마트 팜의 실험에 그치지 않고 이 허브가 자라면 장애인 학교 학생들이 만든 헝겊 주머니에 담아 방향제를 만들어 시판할 포부를 밝혔다. 재배 작물을 생존력이 강한 채소가 아닌 허브로 고른 것도 이런 까닭이다.

기르기 까다로운 허브 재배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장애인도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코르파칸 스마트 팜이 그려 낸 미래상이다.

특히 이 스마트 팜엔 증강현실(AR) 기술까지 도입됐다.

코르파칸의 장애인 학교 학생이 안경처럼 생긴 AR 글라스를 쓰면 한국에 있는 전문가가 스마트 팜 제어 방법, 재배 기술을 실시간으로 '빨간펜' 지도를 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이다.

이 스마트 팜은 아직 과제가 남았다.

그나마 낮 최고 기온이 30도 안팎인 11월 중순에 완공된 탓에 사막의 뜨거운 여름에 과연 얼마나 실내 온도를 떨어뜨릴 수 있느냐가 최종 성공의 관건이다.

실내 온도를 떨어뜨리려고 무작정 쿨링 패드에 물을 흘리면 습도가 높아져 작물에 병충해가 생기기에 십상이고, 그렇지 않으면 실내 온도가 급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환풍기로 뺀 공기를 하우스 위나 아래로 통과시켜 다시 공급하는 방법, 일정 온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지붕의 가림막을 자동으로 닫히게 하는 방법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팜을 감싼 재질을 보통 비닐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아 열 차단 기능이 좋은 폴리카보네이트를 쓴 것도 안팎의 온도 차를 위해서다.

아직 시스템 제어의 변수를 온도 1개로만 설정했는데 고온 다습한 샤르자 지역의 여름 기후에도 정상적으로 작물이 클 수 있도록 습도까지 2차원 제어를 할 수 있느냐도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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