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감시 반 인권적 행위…조합원에 사과·재발방지 대책 마련” 촉구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수사 중 "필요에 따라 사업장 전체 특별감독 실시”
 대의원 선거·임단협 차질 불가피…노조 예정대로 교섭 열고 대책 요구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19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사측의 노조대의원 선거 개입 의혹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신섬미 기자 01195419023@iusm.co.kr

현대중공업이 노동조합 조합원의 성향을 파악하고 노조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노조가 20일 총파업까지 예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 조합원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으라는 것인데 대의원 선거와 임금·단체협약 교섭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 노조 “사과하라” 총파업 투쟁 계획=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19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는 불법적인 노무관리에 대해 전 조합원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내부 전산망에 회사 측이 노조 활동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문서가 발견된 데 대해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해당 문서에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조합원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집중 관리한다거나, 친 회사 성향의 인사로 바꾼 실적 등이 포함됐다. 이 문서에는 이달 말 예정된 대의원 선거에 대한 대응 계획도 담겼다. 회사의 노조 선거 개입 등 노무관리 의혹은 계속 제기됐지만, 실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문서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는 “회사 측의 치밀하고 일상화된 노무 관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2016년과 지난해 문제가 제기된 적 있다”면서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위축시키는 반 인권적인 행위는 오랫동안 이어져왔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최고 경영층의 노무관리 정책이 반영된 것”이라며 “일부 부서의 일탈 행위”라는 회사 측의 해명을 ‘꼬리 자르기’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20일 8시간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 고용노동부 수사… 핵심은 계획 실행 여부=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이 이번 사안을 수사 중인 가운데 문건에 적힌 ‘계획’이 실제 실행됐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밝힌대로 회사 측의 부당노동행위 의혹은 이전에도 제기된 바 있다. 2016년 해양사업부의 전 노무과장이 관련 내용을 폭로했고, 같은해 국정감사 도마에도 올랐다. 당시 노조 측의 고발로 고용노동부는 수사를 시작했지만, 당사자가 조사에 응하지 않아 흐지부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는 문건이 세간에 드러난 만큼 고용노동부의 수사도 이전과는 다를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구체적으로 활동을 해 조합원의 성향을 바꿨다거나 노조 선거에 개입하겠다는 등 핵심적인 내용이 드러났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형사상 부당노동행위의 판단 기준은 실제 행위 여부인데, 고용노동부 수사는 이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사측이 노조 활동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점이 드러나더라도 형사사건으로 실제 처벌까지는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 다만 고용노동부 측은 “수사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사업장 전체에 특별감독을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임단협·대의원선거 차질 예상= 이번에 불거진 논란은 세달여만에 재개된 노사 임단협에는 악재다. 아직 대화의 창은 열려있지만,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산재된 쟁점을 풀어낼 협상 분위기가 조성될지는 미지수다.

노조 측은 20일 오후 예정대로 교섭을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한 회사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화사 측의 태도에 따른 구체적인 방침을 결정하지는 않았다. 세달여만에 겨우 재개된 교섭인 만큼 노조 측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사안으로 계속해서 노사가 대립각을 세울 경우 협상장에서 원만한 대화가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쟁점 사안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노사의 갈등만 부각될 수도 있다.

이달 말 예정된 대의원선거에 대해서는 노조 측은 “현재로서는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성미 기자 jsm3864@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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