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합 판정 농산물 증가 등 우려 목소리 높지만
안전한 농약 사용은 농가에 대한 신뢰도 높일 것
믿을수 있는 국산 농산물 제공 위해 모두 노력을

 

김문기 농협울산유통센터 사장

정부는 내년 1월1일부터 모든 농산물에 농약허용목록관리제도(PLS, Positive List System)를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PLS란 작물별로 등록된 농약에 한해 허용된 기준 내에서 사용하도록 하고 등록되지 않거나 기준이 없는 경우 일률기준(0.01ppm)을 적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예를 들면 고추와 취나물을 재배하는 농가가 고추에만 등록된 농약을 취나물에 사용해서 0.03ppm이 검출됐더라도 현재의 최저기준인 0.05ppm 이내이므로 적합하다. 하지만 PLS 시행 이후에는 취나물에 등록되지 않은 농약이 0.01ppm 이상 검출됐으므로 부적합 판정을 받는다는 의미이다. 

정부는 지난 2011년 10월 PLS 도입 계획을 발표한 이후 견과종실류와 열대과일류부터 우선 도입을 예고하고 2016년 12월부터 시행중에 있다. 내년부터 PLS 전면 확대시행을 위해 2017년 8월부터 행정예고 및 고시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전면시행을 1달여 앞둔 현재까지 일부 농민단체나 농업인들은 준비부족 등의 이유로 시행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현장의 농업인들이 우려하는 몇 가지를 살펴보면 우선, 품목별 잔류허용기준 등록 농약이 부족해 부적합 판정 농산물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과거에 많이 사용된 DDT 등 반감기가 긴 농약의 경우 토양오염에 따른 잔류가 불확실 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는 농업인의 경우 살포농약의 타 작물 전이나 인근 항공방제 등에 의한 비의도적 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시설채소, 인삼 등 PLS 시행 이전에 재배한 경우 출하시점의 제도와 달라 부적합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몇 년 전부터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울산에도 로컬푸드 판매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현재 울산의 로컬푸드 판매장은 진장동 농산물종합유통센터를 비롯해 관내 6개 농협에서 운영 중으로, 전체 1,218개 농가에서 재배한 신선하고 고품질의 저렴한 농산물을 각 매장에 직접 진열·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로컬푸드 판매장의 신선농산물이 입소문과 함께 시민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으며 매년 판매금액이 확대됨에 따라 실질적인 농가소득 증대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로컬푸드 매장을 직접 운영하는 농협 관계자의 한 사람으로 새로운 PLS제도 도입에 따라 다소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그간 정부, 지자체, 농협에서 농업인들에게 많은 교육과 홍보를 해 오고 있지만 소량 다품종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들에 대한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어 적잖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정부는 PLS 전면 시행에 앞서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여 보완대책을 수립하고 잠정기준을 내놓기도 했다. 앞에서 언급했던 농업인들의 우려는 쟁점사안별로 대부분 반영해 보완하고 있다. 사용가능한 농약이 부족하다는 부분은 사용가능한 농약을 직권등록이나 그룹등록을 통하여 사용가능한 농약을 확대하기로 했으며, DDT 등에 의한 토양오염이나 비의도적 오염의 경우 토양 등 환경에서 유래하는 농약의 잔류기준을 설정하고 방제 매뉴얼 개정 등 제도 보완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PLS 시행 이전에 재배한 농작물의 경우 2019년 1월1일 이후 수확하는 농산물에 적용하되 작물특성, 품목별 직권등록 및 잠정기준 설정 상황 등을 고려해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

PLS는 농산물 주요수입국인 일본(‘06), EU(’08), 대만(‘08) 등에서 시행중에 있으며 미국, 호주, 캐나다 등은 보다 엄격한 기준(불검출, 0ppm)을 적용하고 있다.

PLS 전면시행을 앞두고 생산자인 농업인들도 현 단계에서 우려에 의한 시행연기 주장보다는 농산물 생산단계부터 위해성이 검증되지 않은 농약을 엄격히 관리해 시민들에게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국산농산물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를 통해 문제점을 사전에 발굴·예방하고 농업인들이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농협도 PLS 전면시행에 대한 홍보와 함께 로컬푸드 매장을 찾는 시민들에게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판매하도록 책임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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