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세습 국조 요구하며 법안 예산 모두 불참
20대 들어서만 15번째 보이콧
野 강수에도 與 "어느 것도 수용 못해"…강대강 예고
예산 법정처리시한까지 12일…졸속 심사 불가피

고용세습 국정조사 합의 불발 등을 이유로 자유한국당이 19일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하면서 또 다시 국회가 마비됐다. 

더불어민주당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요구하는 국정조사를 비롯한 모든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하면서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유지되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과 간사단 회의를 열고 "고용세습 국정조사를 얻어내야 한다. 더 이상 협상으로는 국정조사를 이끌어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울러 당 소속 의원들에게 "이 시간 이후 전면적인 상임위 보이콧으로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며 "예산과 법안 처리 모두 다 안 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오늘부터 국회 일정을 보류해 달라. 별도의 지침이 있을 때까지 이 기조를 유지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별도로 보내기도 했다. 

20대 국회 들어 한국당이 국회 일정을 보이콧 한 것은 지난 15일 본회의 보이콧에 이어 이번이 15번째다.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으로는 국정조사를 이끌어 낼 수 없으니 상임위 단위까지 모두 보이콧 해 여당을 압박하자는 취지다.

이는 앞선 이날 오전 민주당 홍영표, 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세 원내대표가 회동을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데 따른 조치다.

한국당은 기존에 요구하던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에 대한 국정조사와 청와대의 조명래 환경부장관 임명 강행에 따른 조국 민정수석의 해임에 이어 이날에는 사립유치원 비리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어느 것도 관철시키지 못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유치원 3법에 대해 국민의 많은 공감대가 있는데 유치원 3법과 국정조사를 연계시키는 것이 이 시점에 맞는지 의문"이라며 "예산과 민생법안을 처리하는 중요한 시기에 유치원 국정조사까지 하자는 배경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이에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청문회를 국정감사 기간에 여는 등 국회를 무력화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보호하려고 국정조사를 수용하지 않는다며 청와대와 여당을 맹비난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도 "어떻게든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절박한 생각으로 국정조사 시기에 대해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큰 양보까지 했지만 여당은 무조건 거부 입장만 고집하고 있다"고 힘을 보탰다. 

여야가 지난 15일 본회의 파행 이후 대립 중인 현안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예산안 심사는 물론 지난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던 90건을 비롯해 유치원 3법 등 민생법안 처리도 지연이 불가피해 졌다. 

특히 내달 1일이 법정 처리시한인 470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안'은 이를 다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조정소위 구성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예결위 여야 간사는 이날 회동을 가졌지만 국회 전체가 보이콧 된 상황이어서 별다른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각자 입장만 재확인하고 헤어졌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은 내달 2일까지로 남은 시간이 12일에 불과해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졸속 심사가 불가피하다.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이라는 강경 카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고용세습 국정조사, 문재인 대통령 사과와 조국 민정수석 해임, 사립유치원 국정조사 등 3가지 중 어느 하나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정면 대응 입장을 재확인했다. 

민주당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왜 헌법상의 인사권을 행사한 대통령이 사과해야만 국회의 임무인 470조 예산안을 심사할 수 있다는 것인가. 예산안 심사는 정쟁 사안이 될 수 없다"며 "민생, 예산과 무관한 정치적 조건을 내세운 국회 보이콧이 과연 정당한지 국민들은 경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도 한국당 비판에 동참했다. 정호진 대변인은 "명분도 때도 가리지 않는 보이콧 선언은 한국당의 버릇이 된 듯하다"며 "보이콧을 남발해 일하지 않고 세비만 챙기려 한다면 국민들이 한국당을 보이콧할 날도 머지않았다"고 경고에 나섰다. 

정치적 사안에 대한 여야 간 정쟁으로 예산심사가 파행되고 있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평화당 박주현 대변인은 "두 보수야당의 태도는 국회 보이콧을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고 집권 여당 또한 국회의 비정상 운영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예산국회가 2주밖에 남지 않았는데 한심한 일"이라고 교섭단체 3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국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무적인 일로 야당이 국회를 파행시키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일은 거의 매년 있어왔다"며 "그 시기가 법안심사 때냐 예산심사 때냐에 따라 파행되는 내용이 다를 뿐"이라고 꼬집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각각 20일 오전 9시30분과 오전 9시에 고용세습 국정조사 관철 등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연다. 

민주당도 이날 오후 2시에 국회상황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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