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바오의 항만시설을 하구 쪽으로 모두 옮기고 공장지대를 철거 한 후 강변에 공원과 문화시설등을 조성했다. 임경훈 기자  
 
   
 
  ▲ 빌바오 중심을 흐르고 있는 네르비온 강을 산책하거나 여가하는 시민을 볼 수 있다. 임경훈 기자  
 
   
 
  ▲ 스페인 빌바오 시의회의원 이자 도시계획디렉터 아시에르 아부르자 로블스(Asier Abaunza Robles)가 빌바오 지역의 향후 20년을 계획한 도시재생에 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경훈 기자  
 
   
 
  ▲ 연평균 1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리는 빌바오시의 상징 구겐하임 미술관. 미술관의 외벽은 3만3000장의 은빛 티타늄판으로 만들어졌다  
 
   
 
  ▲ 빌바오는 최근 유럽도시재생 콘테스트에서 루마니아와 오스트리아 빈과의 최종경쟁을 통해 최고의 도시재생계획도시로 상을 수여했다.  
 

빌바오의 랜드마크가 된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인한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례다. 철강과 제철 조선산업 등으로 20세기 초반까지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했던 도시가 1970년대 산업침체로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런 빌바오가 구겐하임 분관을 유치하면서 도심재창조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일군 것이다. 이 때문에 구겐하임 미술관 하나로 빌바오가 세계적인 관광지와 문화관광도시가 됐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빌바오 정부가 구겐하임 미술관에 투자한 예산의 6배 가량을 투자한 것은 네르비온 강 정화였다.

#몰락한 산업화와 함께 시궁창이 된 강

스페인 북부 바스크지방 비스카야주의 주도 빌바오는 비스케이만과 1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인구 35만명의 작은 도시다. 과거 제철과 조선업의 젖줄로 영국, 프랑스와 교역하며 스페인 최고의 부유도시로 이름을 알렸다. 1970년대 후반까지 빌바오를 먹여 살리던 철강산업, 조선업 등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주도권을 내줬고, 실업률이 25%까지 증가했다. 결국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떠나고 회사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는데, 이때 방치된 산업시설에서 나오는 각종 오염물질들이 네르비온 강과 빌바오를 오염시키기 시작했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바스크 지역의 독립을 외치던 사람들의 끝없는 테러로 정치적으로도 가장 불안정한 지역으로 인식됐고, 경제·정치적 불안정이 심화되면서 인구유출을 비롯한 도시의 쇠퇴는 가속화 됐다.

#강을 살리니 사람들이 돌아왔다

1980년대 후반 빌바오시와 바스크 자치정부, 스페인 중앙정부는 새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 시작은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었다.

강의 폭이 넓어 안쪽까지 설치 돼 있던 항만시설을 하구 쪽으로 모두 옮기고 공장지대를 철거했다. 강변에는 공원과 문화시설,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조성했다. 배가 다니지 않는 강 위로는 보행자 다리를 만들었다. 이렇게 강 환경 개선에 투입한 비용은 8억 유로(9,800억원)가 넘는데 미술관유치에 들인 비용의 6배에 달한다. 죽음의 강이었던 네르비온이 시민들의 쉼터로 바뀌는데는 15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도 강을 깨끗이 유지하는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경이 변하자 인구감소가 멈췄고 실업률은 13%대를 기록했다. 또 산업구조는 건축·상업·관광 등의 3차 산업 위주로 바뀌었다. 경제·정치적 불안정이 심했던 빌바오는 지금 스페인에서 가장 범죄율이 낮은 도시가 됐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도 네르비온 강을 중심으로 산책을 하거나 여가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도시재생 완성의 도화선 구겐하임

은빛 티타늄으로 다듬어진 하나의 조각품 같은 외관을 지난 구겐하임 미술관은 연평균 1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린 빌바오의 상징이다. 1991년 착공해 1997년 개관한 이 미술관은 강변개발을 위한 첫단계였다. 유치 당시 예산낭비라는 비판을 이겨내야 했다. 하지만 개관 3년 만에 건설비를 회수했고 5년 만에 투자금을 되찾았다. 10년간 2조 1,000억원의 관광수입을 올렸는데 이 때문에 생겨난 용어가 ‘빌바오 효과’다.

스페인의 한 도시재생 전문가로 부터 “도시의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랜드마크를 설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이를 대변하기라도 한 듯 빌바오 시가지로 들어오는 길목에서도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네르비온 강변에 위치해 있어 이를 중심으로 각종 시설과 인프라가 구축되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강변 36만㎡ 부지에 미술관 컨벤션홀, 음악당 등이 잇따라 들어섰고 지금의 빌바오가 만들어졌다.

#빌바오의 도시재생은 계속된다

빌바오는 최근 유럽도시재생 콘테스트에서 루마니아와 오스트리아 빈과의 최종경쟁을 통해 최고의 도시재생계획도시로 상을 받았다. 쇠퇴한 도시를 살리는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도시를 꿈꾸고 있다.

빌바오 시의회 의원이자 도시계획 디렉터인 아시에르 아부르자 로블스(Asier Abaunza Robles)는 향후 20년을 계획한 생태도시(ECO-URBAN)에 대해 말했다. 식수로 이용가능 한 수준의 네르비온 강 수질정화와 함께 일반 전철과 고속전철이 동시에 들어오는 복합역을 설치해 교통편의를 증대시키고, 공원녹지를 조성해 쉼터를 늘릴 계획이다. 그리고 대학을 유치해 젊은층의 유입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공공서비스의 질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도시가 균형있는 도시”라며 “현실적인 측면과 이상적인 측면을 잘 조율해 장기적으로 도시재생을 진행해야 한다. 단기적 성과보다는 도시의 문제를 바르게 진단하고 이에 맞는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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