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가 손을 꺼내
내 손을 잡아 주었다.

벽도 손을 꺼내
내 손을 잡아 주었다.

깁스한 왼발이
활짝 웃었다.

 

김미영 시인

◆ 詩이야기 : 지난해 오월, 나는 갑자기 왼쪽 발목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달, 휠체어와 목발에 몸을 맡긴 채 살았습니다. 엘리베이터 없는 아파트 4층에서 꼼짝할 수 없는 힘든 나날들이 계속되었지요. 때로는 휠체어가 투정을 부려서 앞으로 고꾸라지기도 했으며, 목발이 칭얼거려서 욕실에서 넘어질 뻔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손을 건넨 친구들이 있었지요. 아프지 않았다면 만져 보지 못했을 그 따듯한 손! 그러고 보니 고맙다는 인사도 하지 못했네요. 늦었지만 이제야 의자와 벽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그런 힘든 삶의 순간순간들을 온몸으로 느끼며 태어난 시가 바로 「웃는 발」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말이에요. 

◆ 약력 : 1964년 경기 평택 출생. 1996년 <아동문예>로 등단.「수원문학상 작품상」,「경기 시인상」,「서덕출 문학상」수상. 동시집으로「흙탕물총 탕탕」외 6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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