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소득 줄고 양극화 심화
저소득계층에 연금·수당 지원이 복지 능사 아냐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 증대 정책에 집중해주길 

 

최은진 세무법인 충정 울산지사 대표세무사

올 한해도 한 달 남짓 남겨두고 있다. 이 맘 때쯤이면 무언가 빠르고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 모든 게 자꾸만 거꾸로 가는 건 아닌지 두려움마저 든다.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화포스터에 남긴 문구가 떠오른다. “두려움은 너를 죄수로 가두고 희망은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 당시에는 가슴에 매우 와 닿았다는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금은 이 말이 조금은 불편하게 들린다. 갑자기 영하로 떨어진 날씨보다 더 춥게 얼어붙은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아서라는 데 무게감이 더 간다.

현 정부의 정책기조가 ‘소득주도성장’이란 건 누구나 다 안다. 최저임금인상과 다양한 복지정책으로 가난한 이들의 가처분 소득을 올려주겠다는 게 핵심이라 하겠다. 이를 통해 소비가 늘어나고 내수가 활성화되면 다시 일자리가 증가해 결국 경제 성장으로 연결될 것이란 논리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면 양극화 문제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그러나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자료는 이와는 영 거리가 멀었다. 너무도 참담한 수치에 당혹스럽기만 하다. ‘최악의 분배 참사’라는 말이 서슴지 않게 나온다.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는 게 놀랍다. 근로소득이 급격히 준 탓이라 한다. 최하위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이 131만7,600원으로, 1년 전 대비 7.0%나 감소했기 때문이란다. 이는 3분기 기준으로 2003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낙폭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1분위 가구의 소득은 1분기 -8.0%, 2분기 -7.6%에 이어 세 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여 우려를 더한다. 게다가 1분위 가구의 사업소득(자영업자)이 1년 전보다 13.4%나 감소한 월 21만5,900원에 그쳤다. 무엇보다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1년 전보다 1.1% 줄어 88만3,000원에 머물렀다.

반대로 소득 최상위 20%(5분위) 소득은 한 달 평균 973만5,700원에 달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8.8%나 증가했다.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월평균 730만2,300원으로 11.3% 뛰었고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도 5.3% 증가한 459만6,700원에 달했으니 현 정부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이영자(20대, 영남, 자영업자) 현상’을 이해할 만하다. 정부가 아무리 세금을 뿌려 소득을 늘리고자 해도 결과는 거꾸로 서민이 더 깊은 ‘빈곤의 늪’에 빠져드는 이유가 되고도 남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거기에서 그친다면 괜찮아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는데 심각성이 크다. 1분위 가구의 작년 3분기 취업인원수는 0.83명이었던 데 비해 올해 3분기는 0.69명이었다. 1분위 가구의 사무직 비율도 같은 기간 8.2%에서 5.1%까지 떨어졌다. 일자리의 양은 물론 질도 나빠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은 말할 것도 없고 제조업에서도 일자리가 연쇄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이 오르니 기업 투자도 쪼그라들었음은 어쩜 당연하다 하겠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가져올 파괴력을 간과한 데 따른 것으로 입을 모은다. 올해 16.4%나 오른 최저임금이 비용 증가라는 1차 충격을 불렀고 그로 인한 일자리 감소, 투자 위축 등 2차 충격이 오면서 저소득층과 저숙련 근로자들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물론 구조적인 요인도 없지 않을 것이다. 가처분소득 감소가 추세였다 하더라도 근로시간 획일적 단축, 공정경제 등의 경제 정책이 이를 반등시키기 보다는 악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했다는 말이다. 궤도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는 이유다. 

정부가 저소득 계층에게 복지의 일환으로 그냥 각종 연금이나 수당을 챙겨주고는 마치 제 할 일을 다했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건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결국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근로 소득을 늘릴 수 있는 경제 정책 추진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건 아닐 것이다. ‘거꾸로 가는 세상’만은 더 이상 안 됐으면 하는 마음이 절실하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