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효찬 명촌초등학교 교사

체육수업·운동회 등 야외 활동 제약 심각한 상황
교육당국 여전히 뚜렷한 대책 마련 못하고 뒷짐만
체육관 증설·공기정화시설 구축 등 종합대책 절실

 

얼마 전 중국에서 큰 모래폭풍이 발생했다. 중국에서 발생한 모래폭풍이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넘어오면서 심각한 수준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동영상으로 보는 중국의 모래폭풍은 가히 재난에 가까운 수준이다. 100m 높이의 모래폭풍이 도시를 삼키는 모습은 영화가 아닌 현실에이라는 것에 더 충격을 받았다. 

문제는 중국에서 일어난 심각한 수준의 대기오염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모래폭풍 이후 베이징은 대기질 지수가 최악의 수준이 6등급까지 떨어졌다. 우리나라 전역도 미세먼지 농도가 평소의 5배를 넘어섰다. 

이것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무섭다. 곧 겨울이 다가오면 본격적인 난방으로 인한 오염물질들이 대기 중으로 뿜어져 나오고 바람을 타고 시시때때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다. 

이런 미세먼지 때문에 학생의 건강과 함께 학교교육과정의 운영은 심각하게 침해를 받는다. 미세먼지로 인한 야외활동금지로 학생들은 체육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특히, 학생들의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체육교과 시수가 1시간 늘었지만 체육을 할 공간이 부족하다. 물론 각 학교마다 소교모 강당 겸 체육관이 있다. 그렇지만 한번에 2~3반이 함께 사용할 수 없는 점이 문제다. 쉬는 시간에도 운동장 사용이 어려워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답답할 노릇이다. 학생들은 나가지 못해서 울상이고 선생님들은 그런 학생들을 달래고 운동장에 있는 학생들을 지도하느라 진땀을 뺀다. 

현실은 이같이 미세먼지로 혼란스러운데, 교육당국은 아직까지 아무런 대책이 없다. 교육당국의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은 단순히 ‘운동장 사용 자제’ 공문 하나가 끝이다. 나머지는 오롯이 현장를 지도하는 교사의 몫이다. 

미세먼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있다. 작년 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온 학교가 난리가 났다. 운동회를 해야하는데 각 학교별로 대책을 마련하느라 연일 회의를 거듭했다. A학교는 전 학생과 학부모에게 마스크를 지급했고, B학교는 체육관에서 학년별로 운동회를 1시간씩 실시하고, C학교는 아예 취소를 하기로 했다. 이때부터 학교는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몸살을 앓았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도 나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직도 대책마련에 세월을 보내고 있다. 물론 미세먼지가 국민건강과 직결된 국가적 문제인 만큼 관련기관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성인과 달리 학교는 청소년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다. 미세먼지에 더 취약하고 영향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은 선제적이고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장에 있는 교사로서 몇가지 의견을 내보자면, 첫째, 먼저 교과당국은 차후의 교육과정에서 시수조정을 통해서 체육교과 및 야외활동 시수를 줄이거나 대체 활동을 마련해야한다. 이것이 힘들다면 체육관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둘째, 각 학교 체육관에 공기정화시설을 갖춰야 한다. 체육관에 대형서큘레이터로 공기순화시설은 있지만 정화시설은 없다. 체육관 안의 공기질이 외부보다 낫다고 말하기 어렵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창문을 열기도 어려워 공기 순환이 어렵다. 

셋째, 학교인근 구군별로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거점 체육관을 설립하거나 지정해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 장기적으로는 외국처럼 점심 전후로 교과수업을 진행하고 그 이후로는 방과후 예체능 수업을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넷째. 신설학교에는 반드시 각 교실 및 체육관 등 전자동 환기시설을 갖춰야 한다. 학생들이 생활하는 공간에 창문 이외에 환기시설이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학생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국내, 국제적인 협조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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