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정 기자

“시에서는 수여식 같은 절차도 없이 문화재 지정서를 등기로 배달시켰고, 군수는 찾아와서 사진 한 장만 달랑 찍고 가더니 관계공무원은 옹기 축제때 부스하나 마련해준다고 거기서 조각을 하라고 합디다.”

1년 남짓 울산시 무형문화재 5호의 영예(?)를 누렸던 전각장 목불 정민조 씨. 

경남 마산이 고향인 목불선생은 오랫동안 부산에서 활동하다 처가가 있는 울주군 서생면 진하해수욕장 인근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15년 넘게 울산에서 작업을 했다.

‘명예를 따르지 말라’는 부친(국새 1호 제작자 석불 정기호)의 말씀처럼 평생 ‘문화재’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전승경력이 필요한 제자들을 위해 뒤늦게나마 무형문화재 지정 신청을 했다. 

울산시 무형문화재 제5호라는 타이틀이 생긴 후 고향은 아니지만 울산 땅을 밟고 살고 있는 만큼, 또 울산에 몇 안 되는 무형문화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작품 활동을 하려 했지만 전수시킬 공간은 둘째 치고 행정당국의 ‘문화재’에 대한 예(禮)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는 고민 끝에 문화재 지정 1년 남짓 후 울산시에 문화재 해제 신청을 하고 가족과 함께 부산으로 떠났다. 

그리고 올해 2월 ‘동장각장'이라는 이름으로 당당히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26호로 지정됐다. 
‘한때' 울산시 제5호 무형문화재는 현재 부산시 제26호 무형문화재라는 위치에서 내년 1월 문을 여는 부산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에서의 안정적인 창작활동을 기대하며 전수자, 이수자에게 전승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울산시가 10일부터 28일까지 시청 본관 1층 로비에서 ‘울산광역시 지정 무형문화재 전시회’를 열고있다.

제1호 장도장을 비롯해 제2호 일산동당제(별신굿), 제3호 모필장, 제4호 울산옹기장, 제6호 벼루장까지 총 5개 종목을 한 곳에서 관람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다.

울산시 무형문화재는 분명 5개 종목인데 왜 ‘제5호’는 없고 ‘제6호’가 있는지 전시 관람객들은 궁금할 것이다. 그 이유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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