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서사 지닌 개성 있는 캐릭터와 뛰어난 연기력
상위 0.1% 계층을 관찰하는 재미
'엘리트'에 현미경 들이대 한국 사회 모순 포착

지난달 23일 첫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은 염정아, 이태란, 윤세아, 오나라, 김서형 등 내로라하는 여성 배우들이 주가 되는 캐스팅, 한국 사회가 가장 관심 두는 주제인 '교육'이란 소재, JTBC가 꾸준히 조명해 왔던 상류층의 세계를 비판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시작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시청률 집계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첫 회 시청률(전국 유료 플랫폼 가구 기준)은 1.727%였다. 하지만 2회(4.373%)부터 시청률은 거짓말처럼 반등했고, 3회 5.186%, 4회 7.496%, 5회 7.487%, 6회 8.934%까지 치솟았다. 

12.065%로 JTBC 역대 시청률 1위를 찍은 JTBC '품위있는 그녀'가 11회에서 8%대를 처음 돌파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아직 그 절반밖에 오지 않은 'SKY 캐슬'의 상승세는 주목할 만하다. 

시청률만 오른 것이 아니다. 'SKY 캐슬'은 방송 전후로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장식하는가 하면, 지난 10일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12월 1주차 TV 화제성 드라마 부문에서 2위를 차지했다. 

JTBC 'SKY 캐슬'은 어떤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고, 매주 새로운 시청자들을 유입하고 있을까.  

◇ 각자 개별적인 이야기를 가진 다채로운 캐릭터

'SKY 캐슬'은 상위 0.1%가 모여 사는 동명의 고급 주거시설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극이다.

안정적인 사회적 위치에 다다를 수 있는 높은 학벌을 만들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의 캐릭터가 단연 눈에 띈다. 

전직 교사 출신으로 우아함과 기품이 넘치지만 곽미향이라는 본명을 가지고 있는 비밀을 갖춘 한서진(염정아 분), 얌전하고 순응적으로 산 전업주부이지만 남몰래 일탈을 꿈꾸는 노승혜(윤세아 분), 든든한 건물주 아버지를 둬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삶을 사는 주부 진진희(오나라 분)는 SKY 캐슬이 어떤 공간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인물이다. 

성공률 100% 최고의 입시 코디네이터로 자녀의 성적은 물론 친구 관계, 심리, 건강, 수면 스타일까지 관리하는 김주영(김서형 분)은 엄마들에게 구원자 같은 존재다. 사교육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거기에 매달리는 서진, 승혜, 진희와 반대편에 서 있는 이수임(이태란 분)도 있다. 학구적 문화라는 이름 아래 용인돼 온 SKY 캐슬 내의 폭력적 문화를 격파하고, 그간의 질서에 균열을 낸다. 

이가온 TV평론가는 "딱히 거슬리는 발연기가 없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면서 "엄마들 캐릭터가 제각각 다른 점이 흥미롭다. 한서진은 기존 치맛바람 드라마에서 흔한 캐릭터라고 한다면, 노승혜는 무시당하는 전업주부이지만 혼자 이 갈고 있는 모습이 재밌다. 한서진-노승혜-진진희 셋의 미묘한 신경전도 볼만하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극중 노승혜의 남편으로 나오는 차민혁(김병철 분) 교수 캐릭터도 극에 재미를 더한다고 바라봤다. 사법시험을 최연소로 합격해 현재 로스쿨 교수인 차민혁은 한국의 케네디가를 만들려는 야망에 차 있는 인물이다. 

이 평론가는 "차 교수는 무척 빤한 이중인격자로 보일 수 있지만, SKY 캐슬이라는 말도 안 되는 세계의 중심을 제일 잘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김주영은 뭔가 사연이 있어서 계속 보게 된다. 김서형 씨가 로봇 같은 코디 역할을 어색함 없이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SKY 캐슬에 균열을 주려고 등장한 이수임 캐릭터가 생각보다 존재감이 미미한 게 아쉽다. 앞으로 이수임의 역할이 중요해 보이는데 극을 잘 이끌어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김유리 칼럼니스트 역시 '살아있는 캐릭터'를 'SKY 캐슬'의 매력으로 꼽았다. 김 칼럼니스트는 "중심 인물인 한서진과 이수임이 과거 친구 관계였다는 점이 암시됐다. 한서진의 남편 강준상(정준호 분) 역시 첫사랑과 연락이 닿았고, 이 첫사랑의 딸 김혜나(김보라 분)는 강준상의 딸 강예서(김혜윤 분)와 황우주(찬희 분)를 두고 라이벌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등장인물 전부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게 특징"이라고 밝혔다. 

김 칼럼니스트는 "황치영(최원영 분)은 병원을 무대로 강준상을 향해 나름의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다. 황치영은 강준상의 민원 환자들에게 관심을 보이며 대립 구도를 강화 중"이라며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 역시 제니퍼라는 새로운 이름이 밝혀졌고, 딸로 지목된 케이도 등장했다. 김주영의 과거와 딸 이야기도 궁금증을 자아낸다"고 말했다. 

◇ 한국사회의 모순을 다각도로 포착하는 예리함 

보통 사람들의 삶과는 동떨어졌지만, 그래서 신비롭게 느껴지는 상류 사회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도 'SKY 캐슬'의 관전 포인트다. 

김 칼럼니스트는 "'캐슬'이라고 불릴 정도로 으리으리한 집과 단지 내에 갖춰진 화려한 생활 편의시설, 철저한 분리형 단지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며 "상류층 사람들의 의식을 엿보는 관음적인 재미도 있다"고 평가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SKY 캐슬'이 한국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지점인 '엘리트'에 현미경을 들이댄 점을 가장 우선적으로 짚었다. 

김 평론가는 "우리 사회 국정농단을 일으킨 주범을 보면 엘리트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최고 권력자와, 그들의 뒷배라고 볼 수 있는 자본가 재벌의 이해에 복무했다. 그동안 재벌 3세 등 자본가들에 관한 분석과 탐구는 많았다. 그런데 그런 인간은 도대체 어떻게 존재하는가, 여기까지 시청자들의 인식이 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엘리트들이 이 사회에서 주로 맡은 영역은 행정, 사법, 의료 등 공공 영역이다. 사람들이 살 때 기본이 되는 것들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어떤 기준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정부는 엘리트들이 공공의 질서 수호자가 될 수 있게 투자를 하는데, 이는 현 사회 시스템을 유지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엘리트들은 권력자 의중에 맞춰 기준을 마음대로 움직여가며 아노미 상태를 만들었다. 자기의 부와 권력을 자식에게 대물림되기를 바랐다. '도덕적 해이'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청자들이 일차적으로 유입된 건 '아니 어떻게 저렇게 사교육을 시키지? 저 정도로 광적으로 몰입할 수 있나?' 혹은 '소문으로 듣던 얘기들이 진짜인가?' 하는 호기심일 수 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그들의 어긋나고 일그러진 욕심을 보게 된다. 그 욕심은 정작 자기 자식을 파괴하는데 이 부분은 일종의 상징이다. 우리 미래 세대를 망치고 있다는 거다. 'SKY 캐슬'은 이런 접근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평론가는 "'SKY 캐슬' 속 왜곡된 캐릭터 개개인에 몰입하는 것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우리 사회가 어떤 구조로 이뤄져 있는지, 미래 세대를 위해 어떻게 바뀌는 게 좋은지도 함께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차 교수, 한서진은 전형적인 자수성가 드라마를 보여주는데, 개별적인 영웅담으로 끝난다면 우리 시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거다. 이 드라마는 이처럼 한국 사회의 모순점을 다각도로 포착하고 있고, 그걸 'SKY 캐슬'이라는 공간적 배경 안에 집어넣는 기술이 탁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김 평론가는 'SKY 캐슬'을 KBS2 월화드라마 '땐뽀걸즈'와 함께 보기를 권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입시 제도 문제점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이유였다. '땐뽀걸즈'도 고교생을 주인공으로 하지만 등장인물들은 성적이나 시험엔 전혀 관심이 없다. 그 부분을 일찌감치 포기한 경우가 많고, 대신 '댄스 스포츠'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김 평론가는 "우리 사회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는 텍스트라고 본다. 완전히 상반된 두 드라마를 함께 보면서 우리 사회의 입시 정책이 어때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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