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장비 사용금지·부품 수출금지 우려…中서 불매운동 역풍까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창업자 딸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임원이 체포된 사태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커지자 미국 기업들도 속을 끓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화웨이와 직접 거래를 하는 미국의 지역 통신업체들은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지방무선통신협회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탄원서를 보내 화웨이의 장비를 대체할 시간과 지원금을 달라고 촉구했다.

이는 정부가 미국 통신사들에게 화웨이 장비를 제거하도록 명령하는 사태가 불거질 때를 고려한 것이다.

미국 의회는 이미 화웨이를 중국 정부, 공산당과의 연계성을 이유로 국가안보 위협으로 지목하고 있다.

영세 통신업체들의 이익단체인 협회는 화웨이 장비가 경쟁업체들의 장비보다 저가이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고 대체하는 데 드는 비용이 상당하다며 지원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미 화웨이의 통신장비는 이미 미국 내에서 전방위로 수입이 제한되고 있다.

AT&T와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 등 미국 통신회사들을 통한 미국 내 화웨이 스마트폰 출시는 저지됐다.

FCC는 미국 통신사들이 화웨이 장비 구입에 연방정부 보조금을 쓰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세 통신업체들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에 있는 첨단 기술업체들도 화웨이와의 거래 관계가 또 다른 방식으로 직격탄을 맞을까 우려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만약 화웨이가 대이란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화웨이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수출금지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 브로드컴, 퀄컴 등 화웨이에 부품을 판매하는 실리콘밸리 업체들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WSJ는 미국 기술기업들과 화웨이의 상호의존도가 높아 수출금지 제재가 부과된다면 화웨이뿐만 아니라 미국 기술기업들의 영업도 해친다고 지적했다.

컨설팅업체 IBS의 핸들 존스는 화웨이가 미국에서 작년 80억 달러(약 9조원)에 이어 올해 100억 달러(약 11조3천억원)어치 부품을 살 것으로 예상했다.

존스는 "(화웨이에 수출금지 제재를 내리면) 크게 타격을 받을 미국업체가 광범위하게 널려 있다"며 "매우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 4월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ZTE(중싱)에 대해 북한, 이란과 불법적으로 거래했다며 미국 기업의 부품·기술 수출을 금지하는 제재를 가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0월에도 중국 푸젠진화반도체에 대해 지식재산권 절도 등을 이유로 유사한 제재를 부과한 바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ZTE나 푸젠진화는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수출금지 제재가 타격이 크지만 화웨이는 독자적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고 부품·기술 의존도도 상대적으로 낮아 상황이 다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반미감정도 미국 기업들에 골칫거리다.

중국 당국뿐만 아니라 대중의 여론에서도 미국을 향한 분노가 불을 뿜고 있으며 일부에서 이런 감정이 미국 제품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홍콩 빈과일보에 따르면 멍파이(夢派)기술그룹은 사내에 미국산 불매 지침을 내렸다.

아이폰을 사는 직원들의 상여금을 깎고 사내 용품으로 미국산 제품을 일절 쓰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빈과일보는 청두, 후난, 산시 등 중국 전역에서 화웨이를 지지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기업들로서는 중국 당국의 보복은 차치하고 당장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에 직면하고 있다.

화웨이 CFO인 멍완저우(孟晩舟·46) 부회장은 대이란제재를 위반하기 위해 은행들을 속인 혐의로 미국에 수배됐다가 캐나다에 체포돼 현재 보석 여부를 두고 심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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