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나가 되었으면 한다
  호흡이 멈춘 내 몸을 天葬으로 뉘면
  살갗은 독수리의 몸을 타고 바람에 흩어지고 
  오롯이 희디흰 정강이뼈만 남으리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내 정강이뼈를 
  아프게 품어 줄 사람하나 가졌으면 한다
  그가 떨리는 손에 내 정강이뼈를 고쳐 잡고
  사막에 남겨진 고적한 발자국 
  긴 속눈썹을 가진 낙타의 순한 눈빛
  초원에 골고루 슬어놓은 어린 나귀의 울음소리
  그것들을 궤나에 실어 추억해 주었으면 한다.
  아! 나는 미어지는 것들을 어디에다 죄 잃어버리고 왔을까.
  바람 불고 구름 흩어질 때 
  야윈 내 정강이뼈를 훑고 지나가는 
  저 살빛 낮달도 슬펐으면 한다
  어쩌다 한 번 피는 연보라 적란운보다 
  스텝에만 산다는 바오밥 나무보다
  먼 곳에 있지 않은 
  궤나가 되었으면 한다

*궤나: 케나 안데스 지방의 악기로 대나무로 만들며, 옛날에는 사람의 정강이뼈로 만들었다고 함.

전영아 시인

◆ 詩이야기 : 꽃을 향한 열망 때문에 외롭고 황량하고 쓸쓸하다. 은하의 별들은 모두 꽃에게로 쏟아져 내려 그 꽃들은 항상 옳다. 바람을 견디며 핀 벼랑 위의 꽃 그 한 송이 꽃을 만날 수 있다면 백 년 동안의 고독이라도 친절히 맞이하리라. 사람이 꽃처럼 수명이 짧다면 아름다울 수 있으리라. 고결한 꽃을 구하고자 하는 간절함으로 걸어간다. 꽃은 멀리 있고 雪山은 점점 가까워 온다.

◆ 약력 : 제22회 동양일보 신인 문학상 등단. 제38회 방송대 문학상 당선. 제2회 직장인 신춘문예 당선. 젊은 詩 문학 동인 ‘volume’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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