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횡령 의혹에 휩싸인 울산 동구종합사회복지관이 내년 수탁법인 변경을 앞두고, 당초 계획에 없던 국외여행 추진을 빌미로 이른바 ‘깡통계좌’를 만들려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상황파악에 나선 동구청은 사실관계 확인 후 복지관 등을 상대로 고발장을 접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2일 동구 등에 따르면 동구청은 지난 10일 원각선원 법인, 동구종합사회복지관, 동구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상대로 구청장의 사전승인 없이 사업계획을 임의로 변경하고, 보조사업 수행 정지명령을 위반했다는 내용으로 형사고발 조치했다. 고발대상은 동구종합사회복지관장 권한대행 A씨와 복지관 수탁법인인 원각선원 법인 대표 B씨, 동구장애인주간보호센터 시설장 C씨 등 3명이다.
발단은 동구종합사회복지관이 복지관 부설 동구장애인주간보호센터 소속 장애인 19명 중 9명, 부모 8명, 인솔자 4명 등 21명과 함께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3박5일 일정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외여행프로그램(‘고고!! singsing!! 가족과 함께 떠나는 다낭여행’)이었다.
이번 국외여행 예산이 부족했던 복지관은 법인 측에서 마련한 긴급 이사회를 통해 여행경비 2,000만원을 증액, 총예산 2,119만7,000원을 마련했다.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지방보조사업자인 복지관은 ‘행복이음시스템’을 통한 사전 구청 신청 절차에서 각종 사업 경비 변경 등에 대해 타당성 등을 검토, 승인받아야 한다.
하지만 동구청 확인 결과, 복지관은 이번 국외여행 출발 당일까지 사전 구청장 승인을 비롯한 사업변경 승인 절차조차 밟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외여행은 당초사업계획에도 포함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복지관 추경예산에는 장애인들의 사회심리재활을 위한 국내여행 경비 700만원만 책정돼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을 지난 8일 확인한 동구청은 “구청의 사전 승인 없이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지방재정법 등에 위배 된다”며 여행불승인 통보 내용이 담긴 여행자제 공문을 법인, 복지관, 센터 등에 발송했다. 그러나 복지관은 위약금 등을 이유로 여행을 강행했다.
또한, 동구청은 복지관장 권한대행 A씨가 대행 직무에 충실치 않았다는 입장이다. A씨가 시설장 C씨에게 ‘세출예산은 목적 외 사용을 금하도록 하고, 불가피한 경우 사전승인을 받아야한다’는 내용의 동구청 공문을 전달치 않고 이번 국외여행을 강행토록 방치했다는 거다.
앞서 동구청은 법인자금 횡령 등 비리의혹에 휩싸인 해당 복지관의 관장을 지난달 31일자로 해임시켰다. 이어 현행 수탁법인인 원각선원과 계약을 이달 31일자로 해지하고, 새로운 법인인 (사)친한친구들과 지난 11일 업무협약 체결했다.
이처럼 문제는 복지관과 부설 시설인 장애인주간보호센터가 시·구비로 매년 인건·운영비를 보조해오면서도 보조금 교부조건을 끝까지 어겼다는 데 있다.
그런데, 문제가 명확하게 수면 위로 드러난 이번 사건에서 복지관이 2019년 1월부터 수탁법인 변경을 앞두고 사업비를 법인 변경 전까지 남김없이 사용했다는 정황상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복지관은 시·구 보조금에 대해서는 이달 말까지 집행 후 내년 1월4일까지 시·구에 보조금을 각각 반납해야한다. 법인의 기타수입(전입금, 사업운영비, 후원금)에 대해서는 집행잔액은 사업목적에 맞게 사용한 후, 잔액은 신·구 법인 간 인수인계해야한다. 신 법인인 친한친구들은 12일부터 업무인수인계를 시작했다.
다만, 집행잔액이 있다하더라도 법인소유가 되지 못하므로 정황상 현 법인에서는 목적 외 사업을 지속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동구청의 입장이다. 지방재정법에는 지방보조사업비에 포함된 자부담 비용의 집행은, 자부담 예산에 대한 집행을 전제로 해서 보조금 지급이 결정된 사항이므로 보조금 집행기준과 동일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 복지관 측은 동구청에게 “이번 국외여행 예산은 사업 보조금이 아니라, 센터 법인의 기타수입인 자부담으로 한 것”이라고 입장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청 관계자는 “복지관 측 주장처럼 지방보조금 외 수입이 센터의 자부담이라고 하면 해당 수입에 대해 당초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거나 예산 편성할 이유가 없다. 기타수입 또한 구청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정확한 사실관계는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재정법 제97조(벌칙) 제3항의 규정에 의해 지방보조금의 용도 외 사용(지방재정법 제32조의4)하고 지방보조금 수행사항 점검(제32조의5) 등을 받지 않은 자에 대해서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고, 국외여행경비는 전액 반환해야한다.
한편, 울산 동구종합사회복지관은 온누리상품권 횡령 등 의혹사건과 관련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경찰에 고발당했다. 울산공동모금회는 12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중앙회를 고발인으로 지난 3일 복지관 전 관장과 전현직 간부, 직원 등을 상대로 울산지방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해당 복지관은 지난해 추석, 울산의 한 대기업이 전달한 온누리상품권 750만원 상당을 빼돌린 뒤, 현금화하는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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