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화강 동굴피아 모습  
 

울산 남구 남산에 지난 2017년 약 150억원의 예산을 들여 조성된 ‘태화강 동굴피아’.

9일 취재팀이 찾은 동굴피아는 다른 관람객 하나 없이 쓸쓸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지난해 7월말 남산 자락에 방치된 동굴들을 활용해 볼거리를 조성, 야심차게 문을 열었지만 1년여 만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찾는 인적이 드물어서 인지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우선 제1동굴 입구에서 안전을 위해 안전모를 쓰라고 내 줬지만 이를 쓰지 않은 모습을 보고도 별 다른 안내나 지적이 없었다. 또 운영시간 중인데도, 대걸레 청소를 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제1동굴은 동굴역사관으로 일제강점기 울산의 생활상과 강제노역, 수탈 역사가 담긴 삼산비행장과 남산동굴을 재현하고 소개하는데, 역사적인 사실을 소개하고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구간이다. 다만 이 구간을 지난 나머지 동굴 3구간에서는 테마별로 인프라 부족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제2동굴 어드벤처 구간은 은하수를 방불케 하는 조명이 설치돼 있다. 포토존으로 좋은 구간이긴 하지만 남산 동굴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활용이다. 또 구간을 지나다니면서 곳곳에 설치된 미러동굴, 전설의 고래 출원지 공간은 전달하고자 하는 테마가 불분명했다.

미러동굴은 미지의 동굴탐험처럼 거울반사로 같은 사물이 여러 각도로 비춰지는 모습을 통해 공간적 시각적 차원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2m 남짓 길이와 높이 가량의 공간에 다수의 거울이 설치돼 있는데, 직접 들어가 보면 다수의 거울에 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입체적인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아 별다른 감흥이 생기지 않았다.

전설의 고래 출원지는 소원을 빌며 불을 밝히면 전설의 귀신고래가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는 스토리공간인데, 아래에 조명이 있고 위쪽에는 귀신고래로 보이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이 전부다. 나 스스로 소원을 빌고 스토리를 창작해야 하는 건지,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공간이었다.

제3동굴은 스케치 아쿠아리움으로 꾸며져 있다. 분명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이긴 한데, 여전히 동굴피아의 정체성을 찾기엔 무리가 있었다.

제1동굴부터 3동굴 까지는 그나마 연결돼 있어 일체감이 있었는데, 제4동굴은 동굴피아 밖으로 나가서 이동해야 했고, 그나마도 좁은 공간과 의미를 알 수 없는 테마로 동굴피아에 필요한 부분인지를 의심케 했다. 제4동굴에 들어서면 동화 속 이미지를 형상케 하는 공간이 꾸며져 있는데, 걸음을 크게 3보만 가면 더 이상의 공간이 없었다. 이 공간을 즐기기 위해 제3동굴 안내데스크에서 3D 입체 안경을 나눠 주는데, 쓰고 있으니 어지럽기만 했다. 그래서 인지 애초에 안경을 주는 안내원부터 “큰 기대 하지 마세요”라고 언질을 주는 것이 황당하기만 했다.

결국 이 같은 콘텐츠의 빈약함과 스토리텔링 부족이 개장 때의 기대와 달리 관람객들의 발길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개장 이후 일대 교통체증과 주차면 부족 등의 문제가 거론 됐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런 문제는 없는 상태다.

실제로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태화강 동굴피아’의 누적 방문객수는 5만1,688명으로 한 달 평균 6,400여명이 찾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7월29일부터 12월말까지 17만7,393명으로 월 평균 3만5,000여명이 찾은 것과 비교하면 20%에 불과한 수치다.

2017년 관객수는 개장기념으로 열흘 가량 무료입장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있지만, 무료 입장객수를 제외한 유료 방문객수(월평균 1만5,518명)만 비교해도 배 이상 줄었다. 열흘간 무료입장을 했던 2017년 8월에는 무더위에 방학 특수까지 겹쳐 한 달간 방문객수가 9만8,656명으로 10만명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에 반해 지난해 8월 한달 방문객수는 1만8,170명으로 무더위와 여름특수를 등에 업었지만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개장 후 4개월을 제외하면 지난해 8월 외에는 방문객 수가 1만이 넘는 달이 없고 겨울에는 평균 3,000여명 수준이다.

이 같은 통계결과에 대해 남구도시공단 관계자는 “동굴이라는 특성상 동·하절기별 방문객 차이가 크고, 하절기는 하루 300~350명 가량, 동절기는 하루 100~150명 가량 찾는다”면서 “또한 작년에는 오픈 효과가 컸고 실질적인 방문객수 집계는 올해부터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개선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방문객들 중 재방문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계절별로 테마변경에만 2,000만원이 투입되고 있는 만큼 관람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제대로된 콘텐츠 도입이 필요하다.

남구도시공단 관계자는 “겨울철 산타마을 조성 등 이색 볼거리 및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하고, 시설보강과 함께 습기제거를 위한 노력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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