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 2018년 사자성어 ‘임중도원’ 선정
우리가 직면한 어렵고 답답한 상황 보여줘
올해 60년만에 돌아온 황금돼지띠 기해년
팍팍해진 서민들 위로할 풍요로운 삶 기대

김종섭울산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

우리나라 교수들은 작년 2018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임중도원(任重道遠)을 선정했다. 2위는 밀운불우(密雲不雨)였다.
임중도원은 논어(論語) 태백(泰伯)편에 실린 고사성어로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또, 밀운불우는 주역(周易) 소과괘(小過卦)에 나오는 말로 ‘구름은 잔뜩 끼었으나 비는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들 사자성어는 모두 작년 한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어렵고 답답한 상황을 짚고 있다.
남북 관계개선과 경제협력이 북한 비핵화문제에 가로막혀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무엇보다 국민들의 경제적인 삶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희망이 퇴색하고 의욕이 상실된 국민들의 삶이 곳곳에서 아우성을 치고 있다.

직장인들을 상대로 2018년 한해를 가장 잘 표현한 사자성어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전체 1위는 ‘다사다망’(多事多忙)이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는 뜻으로 워라밸, 소확행 등 최근의 라이프 트렌드와는 무색하게도 올 한해도 과중하게 보냈던 국민들의 고충을 잘 반영한다.
2위는 ‘고목사회’(枯木死灰)가 차지했다. ‘말라 죽은 나무와 불이 꺼진 재’라는 뜻으로 ‘형상은 고목과 같고, 마음은 불이 꺼진 재 같아서 기가 없고, 용기가 없다’는 의미다. 우리들의 무기력한 상태를 은유한다.

다음은 차례로 ‘노이무공(勞而無功)’ ‘각자도생(各自圖生)’ ‘전전반측(輾轉反側)’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온갖 애를 썼지만, 보람이 없고, 스스로 제 갈 길을 찾을 정도의 절박함, 그리고 많은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한 해의 면면이 드러나 씁쓸함을 자아낸다.
이 중에서도 직장인의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사자성어는 ‘다사다망’, 구직자는 ‘고목사회’, 자영업자는 ‘노이무공’을 각 1위로 꼽으며 각기 닮은 듯 다른 한 해를 표현했다. 지친 국민들의 삶을 위로해줄 여유도 없이 새해가 열렸다.

2019년은 6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 돼지띠, 기해년이다. 노란색, 즉 황금을 뜻하는 기(己)와 돼지를 뜻하는 해(亥)가 모여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돼지라는 의미를 지닌다. 황금과 돼지가 조합된 황금돼지띠라니, 단어만 봐도2019년은 복이 넝쿨째 굴러들어올 것만 같다.
무엇보다 팍팍해진 서민들의 삶을 위로할 거리를 찾지 못하다 축복이 가득하고 길운이 찾아오는 기해년을 맞아 모두가 더욱 풍요로운 삶을 소원해본다.
하지만 세상 일이 모두 뜻한 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중국의 유교경전 중 하나인 대학(大學)에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다. 계단도 한 계단 한 계단 차분히 올라가야 사고가 없듯 인생에서도 큰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소한 것이라 생각되는 것부터 소홀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내포하고 있다.
신체와 가정 그리고 나라와 세상을 담은 본뜻을 확장해 해석하면 그렇다. 이 아홉 음절은 소(小)우주를 담고 있다. 어느 시대건 어떤 사람이건 이 원리가 지배하는 사회를 벗어나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해 이뤄내는 과정이 누적되면 큰일도 성사되는 것이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큰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어떻게 보면 반복되는 일상이 이어지는 게 우리들의 삶이다. 살아가는 데는 일상의 작은 일이 중요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작은 일에는 소홀히 했다. 세상에는 큰일에는 정성을 쏟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소한 일에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중용 23장은 인도(人道)를 말하며 사소한 일에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은 기간을 따져가며 들이는 것이 아니다. 언제부터 정성을 들였는지, 언제 끝나는지 계산하지 않고 오로지 정성을 다하는 것이 진짜 정성이다. 그래야 다른 사람이 감동하지 않겠는가. 이런 정성을 들여 보자.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가 밝아지고 더욱 풍성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기해년 새해에는 지극히 작은 일에도 정성을 쏟는 우리들의 노력이 한층 더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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