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면서 마음에 새로움․기대감 충만
미뤄뒀던 운동 시작하려 ‘홈트’ 알아보다가
공간배치 등 여러 이유로 여전히 실천 못해
지자체도 주민 위한 정책 하루빨리 펼치길

최은진세무법인 충정 울산지사 대표세무사

옛 속담에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의 성격이 처음에는 잘 하다가 조금 지난 후에는 흐지부지해 진다'는 뜻이다. 오늘날에는 ‘어떤 일이 일관성 없이 자주 바뀐다'는 의미로 자주 인용된다. 인조(仁祖)때 유몽인(柳夢寅)의 ‘어우야담(於于野談)’에서 비롯된 ‘조선공사삼일(朝鮮公事三日)'의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도 있다.

서애 유성룡(西涯 柳成龍)이 도체찰사(都體察使)로 있을 때의 일이다. 각 고을에 발송할 공문이 있어서 역리(驛吏)에게 부쳤는데 공문을 보낸 후 사흘 뒤에 그 공문을 다시 고칠 필요가 있어서 회수시켰더니 그 역리는 공문을 발송하지도 않고 있었다고 한다. 이에 유성룡이 화를 내며 “너는 어찌 사흘이 지나도록 공문을 발송하지 않았느냐?”라고 꾸짖으니 역리가 대답하기를 “속담에 ‘조선공사삼일'이란 말이 있어 소인의 소견으로 사흘 후에 다시 고칠 것을 예상하였기에 사흘을 기다리느라고 보내지 않았다”고 답했단다. 이 말을 들은 유성룡은 “가히 세상을 깨우칠 말이다. 나의 잘못이다”라며 탄식했다고 한다.

해가 바뀌면 누구나 새로움과 기대에 대한 마음이 충만하게 된다. 더불어 올 한해에는 꼭 이루고야 말리라는 일들을 몇 가지 다짐하게 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안도 하나하나 세우곤 한다. 지역 보건소와 아파트 헬스장 등이 붐비고 금연보조제품과 운동기구 등의 상품이 불티나게 팔린다고 하니 다들 마음만은 한결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김없이 돌아오는 게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이다. ‘고려공사삼일'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필자도 새해 들어 아무 것도 안하고 지나간다는 것이 뭔가 불안하기도 하고 남들에게 뒤처지는 일인 듯해 그동안 미뤄두었던 운동을 다시 시작해 보려고 마음먹었다. 그래도 무작정 시도한다는 건 실패할 확률도 높고 시간낭비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것저것 자료를 찾아보았다. 없는 짬을 내서라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알찬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뛰는 게 ‘홈 트레이닝(Home Training, 줄여서 ‘홈트’로 불림)’이 인기라는 기사였다. 맞벌이를 하는 필자에게 딱 맞는 맞춤형 기사였다.

그런데 문제는 집안에 헬스룸 등 준비해야 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주로 하고자 하는 운동에 알맞게 인테리어 내부 색깔을 바꿔줘야 한다느니, 창가에 홈 트레이닝 공간을 만들면 운동 효과를 두 배로 볼 수 있다는 등의 조언이 그 것들이었다. 운동기구에 대한 팁도 빠지지 않았다. 집에 헬스룸을 갖출 때는 공간 효율성을 위해 기구 하나로 여러 가지 운동을 할 수 있는 멀티 운동 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다. 속된말로 가성비는 그렇다 치더라도 주부로서 모든 게 은근히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건 부정하지 못한다. 결국 며칠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다 말고는 이런저런 이유를 달아 지금까지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새 희망 속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삶을 바라던 나의 새해설계가 이렇듯 또 허물어지고 있음이다.

작심삼일이 필자처럼 개인의 일에 머물면 나 하나로 족하지만 하물며 나랏일을 책임지는 분이라면 그 여파는 크고도 깊을 수밖에 없다. 새해에 솟아나는 긍정의 에너지를 통해 더 나은 생활과 가치 있는 삶을 살기를 기대하는 주민의 희망을 꺾는 일이기 때문이다.

광고이론 중 ‘3Hit이론(Three Hit Theory)’이 있다. 1972년 크루그만(Krugman)에 의해 정리된 광고의 반복이론이다. 새로운 브랜드를 광고할 때 처음 1, 2회의 노출은 효과가 없지만 최소 3회 노출되면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작심삼일이 부정이 아닌 긍정적인 한자성어라고 불리는 것도 여기에 있다 하겠다. 우리들의 뇌 속에 기억하거나 습관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3번을 반복해야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면 어렵고 힘든 정책일수록 적어도 세 번은 설득하고, 의견도 수렴하고 정책을 홍보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무리한 욕심을 내기보다는 과정에 만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여겨진다. 행여 움츠려졌을지도 모를 자존감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오늘 다시 또 헬스장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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