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연구 많지 않고 부작용 커" vs "식약처 인증 마스크 도움 돼"

연일 이어진 고농도 미세먼지로 마스크 품귀 현상까지 빚어진 가운데, 마스크의 미세먼지 차단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마스크의 미세먼지 차단 효과를 검증한 임상 연구가 거의 없다시피 한 데다 오히려 호흡을 어렵게 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환경부가 최근 '미세먼지 마스크 건강피해 저감효과 분석 및 향후 추진계획 마련'을 주제로 연구 용역을 발주한 사실이 알려지며 '뒷북 연구' 논란도 일었다.

환경부는 "전문가와 언론에서 다른 의견이 나왔고,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라 보완을 위해 용역을 발주한 것"이라며 "식품의약품안전청 인증 마스크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마스크 썼다가 답답하기만 하고 효과를 못 봤다' '사실상 방독면 쓰지 않는 이상 막기 힘들다' '무조건 마스크만 권하는 것도 문제'라는 내용의 글이 연달아 게재되고 있다. 

 정부의 마스크 착용 권고를 정면에서 비판하는 국내 전문가는 환경·보건단체 '숲과 나눔' 이사장인 장재연 아주대 의대 교수다.

장 교수는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날 마스크를 썼을 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거의 없는 반면,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의학적 근거는 많다"고 말했다.

그는 "마스크를 잘 착용하지 않으면 (초미세먼지를) 걸러주는 효과가 없고 반대의 경우 숨쉬기가 힘들어지는데 이보다 건강에 더 나쁜 것은 없다"며 "호흡기 질환자나 임산부, 노약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에서 착용을 권하는 보건용 마스크는 사실상 산업용 수준으로 차단율이 높은 편인데 미국 흉부학회와 식품의약국(FDA), 홍콩의학회 등에서는 이러한 종류의 마스크 착용 시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안내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장 교수는 "개인이 선택에 따라 착용하되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이상 증세가 없는데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쓸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장 교수의 말대로 국내외를 불문하고 마스크의 미세먼지 차단 효과를 증명한 임상 연구는 많지 않다.

2012년 영국과 중국 공동 연구팀이 발표문 논문에는 '미세먼지가 있을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심혈관계 질환 발병률을 감소시킨다'며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심혈관 질환자만을 대상으로 했고 실험 시점이 2009년으로 거의 10년이 지났다는 점 등이 한계로 지적된다.

지난해 대한의사협회지 12월호에 게재한 '미세먼지의 건강영향' 논문에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도 이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그러나 마스크를 썼을 경우 건강에 대한 영향이 실제로 저감되는지에 대한 실증적 근거는 부족한 상태"라고 전제했다.

비교적 최근인 2017년에는 영국 질병의학연구소(IOM)가 다국적 기업 제품을 포함해 중국 베이징 시중서 구한 마스크 9종의 초미세먼지(PM2.5) 차단 효과를 비교했으나 결론은 부정적이었다. 이 논문은 지난해 의학전문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에 실렸다.

사람이 실제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진행한 실험에서 움직임이 적었을 때 침투율은 3∼68%, 여러 활동을 했을 때는 7∼66%로 집계됐다. 임상 실험에서 초미세먼지 침투율이 평균 10% 미만으로 나타난 것은 오직 한 제품뿐이었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마스크 대부분이 얼굴에 잘 들어맞지 않아 (초미세먼지로부터) 충분히 보호해주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환경부는 "일정 수준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면서 "식약처 인증 마스크는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확실하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는 KF(Korea Filter·코리아필터) 지수 인증 보건용 마스크는 모두 분진포집효율, 안면부흡기저항, 누설률 등을 측정하는 실험을 거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제품은 497개로 식약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염화나트륨을 0.4∼0.6㎛ 수준으로 잘게 깬 다음 이를 마스크가 얼마나 걸러내는지, 공기가 얼마나 빠져나가는지, 숨쉬기가 얼마나 힘든지 등을 파악한다"면서 "통상 KF80 이상이면 효과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말했다.

전 세계 주요국들 가운데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한국과 싱가포르 정도인데 싱가포르의 권고 기준은 한국보다 높다. 우리 환경부 기준은 '나쁨'에 해당하는 36㎍/㎥ 이상이지만, 싱가포르는 일평균 150㎍/㎥일 때 착용을 권한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자체 조사를 통해 미국, 캐나다, 영국, 중국 등 주요국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적정 권고 수치 등에 대한 연구를 세부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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