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에 오른 법사위 재판민원 '특권'
'3권 분립', '사법개혁' 외치면서 뒤로는 재판·수사 민원 넣는 뱃지들의 '두 얼굴'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재판민원 의혹'으로 당 원내수석부대표 및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직을 내려놓은 가운데 국회 법사위원들의 수사·재판 민원 특권이 도마에 올랐다. 

그동안 관습처럼 존재해온 법사위원들의 수사·재판 민원을 차제에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 파견된 검사 및 판사는 모두 5명이다. 법무부와 대법원에서 국회 자문관과 법사위 전문위원으로 각각 1명씩 파견하고, 헌법재판소에서 국회 자문관으로 1명을 파견한다. 

자문관들은 경력이 10년 미만의 비교적 젊은 검사와 판사들이고, 전문위원은 경력이 20년 이상되는 부장판사급 판사다. 전문위원들은 사표를 쓰고 국회에 오지만, 임기 2년이 끝나면 보통 다시 검찰이나 대법원으로 돌아간다. 

이들의 업무는 국회에서 법률 및 수사와 관련한 자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재판 및 수사에 대한 민원 창구를 담당하고 있다는 게 여의도 정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19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을 했던 서기호 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1990년대부터 검찰에서 먼저 검사들을 파견했고, 2000년대부터 법원에서도 판사들을 파견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에 파견나온 자문관들은 거의 법사위원들의 공동 보좌관 역할을 한다"며 "파견 판사나 파견 검사들은 수사나 재판에 대한 청탁을 많이 받는다"고 전했다. 

오래 전부터 여야 구분 없이 재판·수사에 대한 민원이 있어왔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안에서는 서영교 의원에 대해 안타깝게 보는 시선이 있다. 

19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을 지냈던 박영선 의원은 지난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서 의원의 경우, 저하고 과거에 법사위에 같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어느정도 이해는 한다"며 "가슴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도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법사위원들은 재판이나 수사에 대한 민원을 꾸준히 요구받는다"며 "서 의원이 참 불쌍하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매번 '3권 분립', '사법개혁' 등을 외치는 국회가 정작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특권을 이용해 재판과 수사에 관여했다는 이중성에 대해 '유권무죄, 무권유죄'(有權無罪, 無權有罪)란 비판을 낳기에 충분하다.  

사실 국회 파견 검사나 판사를 없애기 위한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박영선 의원은 "제가 법사위원장을 할 당시에 파견 검사나 파견 판사 제도를 없애려고 했었다가 그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인 이춘석 의원은 "박영선 의원이 파견 검사.판사를 없애려고 했는데 이뤄내진 못했다"며 "그 이후 파견 검사나 파견 판사를 '자문관'으로 명칭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서영교 의원의 재판민원 의혹을 촉발시킨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는 새누리당 이군현 전 의원과 노철래 전 의원에 대한 재판 민원 내용도 나온다.  

공소장에 따르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의원은 2016년 8월 임 전 차장에게 향후 재판 추이와 자신의 혐의가 의원직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지 등을 알아봐달라고 요청했다. 

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노 전 의원도 임 전 차장에게 '선처를 해달라'는 취지로 재판 민원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민주당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임 전 차장은 각 의원의 양형에 유리한 정상을 검토한 '한국당 이군현 의원 양형 검토' 문건과 '노철래 의원 사건 양형 검토' 문건을 보고했다"며 "국회의원 직이 걸린 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재판에서 유리한 재판 결과를 얻기 위한 국회의원의 재판 청탁은 파렴치한 범죄"라고 비난했다. 

사법개혁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요즘 국회 파견 검사·판사와 전문위원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솟구치고 있다.  

이춘석 의원은 "이상하게 법사위만 사법부에서 직접 전문위원으로 파견을 한다. (국정원을 제외한) 다른 상임위는 그런 경우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지금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없애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일단, 대법원은 올해부터 국회 파견 판사 제도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회 파견 검사나 판사 제도를 없애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민주당 법사위 소속 한 의원은 "파견 나온 법조인들은 법조계에 몸을 담으면서 법 체계에 대한 이해가 높은 사람들"이라며 "그런 사람들의 공백을 메우려면 경력이 상당한 판사들을 뽑아야 하는데,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당 법사위 소속 의원도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사 부분이나 파산, 도산, 기업 구조조정 관련 법들의 법 체계는 상당히 복잡하다"며 "이런 분야의 입법 사항들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지지부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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