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문재인 대통령 ‘울산, 수소경제 선도 도시’ 육성 약속
각종 규제 걸림돌… 국회 수소경제법 조속 처리 요청
울산, 수소산업 인프라•R&D 등 모든 역량 갖춘 도시

이번 정부가 내세우는 혁신성장의 3대축은 데이터경제, 인공지능, 수소경제다. 이중 수소경제의 등불을 환하게 밝히기 위해 지난 17일 대통령이 울산을 찾았다. 대통령의 울산방문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전국경제투어의 일환으로 전북 군산, 경북 포항, 경남 창원에 이어 4번째이다. 반세기 전부터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선도해온 울산을 새해의 첫 방문지로 선택한 것이다. 여기에는 매우 큰 의미가 담겨있다. 과거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이끈 선봉장이었고 미래 혁신성장을 이끌어갈 최적지도 역시 울산이란 뜻이다.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단연 민생경제 돌보기와 일자리 늘리기다. 국민이 먹고사는 일에 걱정이 쌓여가면 제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관심을 끌기 어렵다. 마음에 와 닿질 않는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자기 지역을 방문하면 으레 큰 선물보따리를 풀어놓으리라 기대한다. 울산도 그렇다. 조선해양산업에 이어 자동차산업이 큰 어려움에 봉착한 가운데 지금 석유화학산업 동향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주력산업 대부분이 진퇴양난(進退兩難)의 형국이다. 미국과 EU(유럽연합) 등 선진국은 기술장벽을 치며 냅다 앞서가고 중국 등 후발국은 어느새 턱 밑까지 쫓아왔다.

울산시는 이를 돌파하기 위한 3대 비전을 공표했다. 제2의 조선해양산업으로 부유식 해상풍력 산업(풍력발전시설 국산화, 세계 최대 풍력발전단지 조성) 육성, 국가 혁신성장 플랫폼 수소경제 생태계(수소전기차 생산거점) 조성, 북방경제를 선도하는 동북아 오일 및 가스 허브(RUSSAN 프로젝트) 구축 등이다. 울산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최대한 살려 혁신성장 방향은 잘 설정했다. 하지만 풍력발전과 북방경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도 가장 빠른 기간 내에 성과를 내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분야는 수소경제다.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 분야는 글로벌 기술경쟁력까지 갖추고 있어 수소경제 활성화에도 유리하다. 특히 울산은 수소산업 선도도시로 치고나갈 역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대통령은 “2030년 수소차와 연료전지에서 모두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하는 것이 목표며 그 중심에 울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수소경제사회는 수소가 중심이 되어 환경문제와 에너지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하는 혁신 사회다. 세계 수소경제 시장도 점점 판이 커지고 있다. 당장 2020년대 중반이 되면 유럽에서는 석유나 가스로 운행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퇴출되기 시작한다. 그 자리를 꿰찰 주인공은 뭐니 뭐니 해도 친환경 자동차다. 당연히 전기차와 수소차가 이어받게 된다. 하지만 가격과 연비 규제 등을 통과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었을 때 가능한 얘기다. 결코 시간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이번 대통령의 방문으로 울산 앞에 수소사회로 가는 디딤돌이 단단히 놓였다. 하지만 제거해야 할 걸림돌도 많이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성이다. 전기차에 비해 수소차 가격이나 수소충전소 설치 비용이 너무 크다. 초기에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금으로 보충한다지만 얼마나 오래 그럴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보조금 지원이 어려운 해외시장 개척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도 최근 주요 경쟁국에 수소산업 주도권을 뺏긴 이유는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규제를 그대로 놔둔 채 절대로 수소경제를 키워나갈 순 없다. 국회는 계류 중인 수소경제법 등을 조속히 처리해주길 강력히 요청한다. 또한 세계적인 수소경제 선도도시로 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갖춘 울산이 반드시 한국수소산업진흥원을 유치해야 한다.

최근 전국의 거의 모든 지자체가 수소경제에 올인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오로지 국가예산이 몰리고 있는 수소차와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 확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국가존망의 사활을 걸 정도의 ‘선택과 집중’이 정말 요구되는 시점이다. 가장 잘 하고 잘 할 수 있는 곳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수소차의 궁극적인 목표는 친환경이다. 지금 온갖 미세먼지로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돌아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수소산업 R&D(연구개발)다. 이런 모든 역량을 고루 다 갖춘 곳이 울산이다. “울산이 성공하면, 대한민국이 성공한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