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배호 화백

2009년 5월23일 민주당은 노무현을 잃었고, 2018년 7월 23일 정의당은 노회찬을 잃었다. 2017년 3월31일 박근혜가 구속되었고, 2018년 3월22일 이명박이 구속되었다.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다. 영화 <박하사탕>의 주인공은 자살로 최후를 맞는 순간 자기 생의 가장 순수했고 아름다웠던 시절을 떠올리며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울부짖는다. 누구나 돌이키고 싶은 결정의 순간이 있다.

정권을 잃고 몰락한 보수에도 그런 순간이 있다. 훗날 한국 보수 몰락의 시작으로 기록될 장면을 떠올려보자.  큰 책임을 물어야할 역사적 패착 중의 하나는 2011년 8월24일 실시된 서울특별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다. 최종 투표율이 25.7%로 개표요건 33.3%에 못 미치자 약속대로 8월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했다. 투표 당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25%를 넘으면 사실상 오세훈의 승리로 봐야 한다면서 오세훈 시장이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하루 만에 무색해질) 공언을 했다.

오세훈은 당의 의사와 상관없이 주민투표를 밀어 붙였고,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퇴했다. 이것이 몰고 올 엄청난 ‘나비효과’를 당시에는 아무도 몰랐다. 어쩔 수 없이 끌려 들어간 한나라당과 보수 진영이 총력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드러낸 ‘이념적 자폐’는 보수 몰락의 전조가 된다.

이 시기에 홍준표·김문수·오세훈·나경원 등 ‘한나라당의 전략적 자산’으로 성장한 정치인들이 ‘대한민국의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보수의 전략적 자산’의 길을 선택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11년 10월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장외 우량주인 박원순과 안철수를 야당의 전략적 자산으로 편입시켰다. 여당의 선거 패배는 홍준표 체제를 붕괴시키고 박근혜 비대위를 불러왔다.

홍준표·유승민·나경원·원희룡·남경필로 짜인 화려한 라인업은 (총선을)뛰어보지도 못하고 무너졌다. 오세훈의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자신과 당과 보스를 몰락의 길로 몰아갔다. 2019년, 8년 전의 그 이름들이 보수의 유령처럼 되살아나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고 있어 모두가 어리둥절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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