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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에세이] 또 한 살 먹은 설날… 잘 놀다 가야하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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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길 주필
  • 승인 2019.02.0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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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길 주필

첫 날이니 ‘낯이 설다’해서 ‘설날’
나이 먹는 진짜 기해년(己亥年) 맞아
빠른 걸음으로 달아나는 또 다른 1월

 
나이 듦은 쇠퇴가 아닌 성장의 일부
‘늙는 것’과 나이 드는 것 다르게 봐야
무엇보다 인생에서 늦은 때는 없어

 
우리 삶의 단 한 순간, 단 하루나 한 해를 더 행복하게 만들기는 스스로에 달렸다. 게티이미지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 나뭇잎은 흙이 되고 / 나뭇잎은 덮여서 / 우리의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
 
나뭇잎은 떨어지고 / 나뭇잎은 흙이 되고 / 나뭇잎은 덮여서... 세월이 가면 우리는 항상 ‘새로운 지금’, 그리고 그것이 연속되는 ‘영원한 지금’을 살 뿐이다. 순간의 지금을 영원한 지금으로 바꾸는 열쇠가 있다. 그것은 내가 그렇게 만들겠다는 ‘의지(意志)’다.

지구는 지난 50억 년 간 한 번도 쉬지 않고 태양의 주위를 돌았다. 우주 안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들은 ‘영원한 회기’라는 소용돌이 안에서 생존한다. 그 시간은 다시 1년이란 단위를 우리에게 던져 주었다.

하지만 세월은 우리가 인식하는 순간, 항상 저만큼 가버린다. 이 시간의 야속함이 아쉽다. 무심하게 쉬지 않고 흘러가 버리는 시간들을 멈출 방법은 없을까?

양력 2019년 1월은 이미 사라진 시간이지만 1월은 ‘시작(始作)’이라는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만물은 시작을 통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어떤 것이 된다. 시작은 어머니의 태(胎)와 같은 신비한 공간이자 시간이다. 혼자 있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어머니의 배 속으로 들어가 일정한 시간을 인내하면 새로운 생명이 된다.

첫 날이니 ‘낯이 선 날’이어서 ‘설날’인가. ‘나이 몇 살’의 살(=歲,年)에서 변했다는 ‘설 날’인가. ‘서럽다’에서 온 말이라는 ‘설날’인가. 음력 설날이 지났으니 진짜 기해년(己亥年)이 시작됐다. 설날 떡국을 먹으면 한 살을 더 먹는다고 해서 떡국을 첨세병(添歲餠)이라 했다.

나이라면 서양에선 생일을 기준으로 ‘만 0세’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는 나이’를 말한다. 이른바 ‘어머니 뱃속’에서 한 살을 먹고 나오니 출생년도부터 한 살이 되고 해가 바뀌면 한 살씩 더 먹는 방식이다. 이 밖에 병역법이나 청소년보호법 등 일부 법률에서는 현재 연도에서 출생연도를 뺀 ‘연 나이’를 사용한다. 흔히 신문에 나오는 나이는 ‘연 나이’이다. 일부 1,2월 출생자들은 전년도 출생자와 같은 해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생겨난 ‘사회적 나이’를 주장하기도 한다.

한·중·일은 20세기까지 주로 ‘세는 나이’를 썼다. 일본은 1950년대부터, 중국은 1960~70년대에 일어난 문화대혁명 뒤로 ‘만 나이’를 쓰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1962년부터 민법상 ‘만 나이’를 사용하게 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여전히 ‘세는 나이’를 쓴다. 이 방식으로 나이를 세는 곳은 이제 우리나라뿐이다. 그래서 ‘세는 나이’를 버리고 만 나이로 통일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우리 나름의 ’고유한 문화‘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나이 얘기가 나오면 노인들은 지금 조용히 떨고 있다. 노인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려야 한다고 야단들이기 때문이다. 노인들이 너무 오래 살기 때문에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인을 만드는 노화세포는 나이가 들어서 정상 기능을 잃어 버렸지만 면역 시스템이 미처 제거하지 못한 세포들이다. 죽지도 않고 일도 하지 않고 그냥 인체 속에서 떠다닌다고 해서 ‘좀비세포’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좀비세포가 골다공증, 골관절염, 근육 손실 같은 각종 노화 현상의 원인임을 동물실험을 통해 규명했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나 파킨스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도 유발한다고 알려졌다.

영화에 등장하는 좀비는 공포 그 자체다. 죽어도 다시 일어나 의식도 없이 산 사람을 좇는다. 우리 몸의 좀비가 바로 세포 분열을 멈춘 노화세포다. 신체 기능이 정상일 때는 면역 시스템이 바로 제거 하지만 질병이나 노화로 인해 공격 망을 벗어나면 온 몸을 떠돌면서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과학자들은 좀비 세포를 박멸하면 질병 치료는 물론, 노화를 막고 회춘(回春)까지 가능하다고 본다.

백세시대에 가장 두려운 것 중 하나가 치매다. 운동하고, 스트레스 받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뻔한 얘기들을 자주 듣는다. 회춘보다 뇌의 나이를 되돌려주는 색다르고 효과적인 ‘뇌춘(腦春)’ 방법도 있다. 뇌가 물리적으로 파괴됐다 하더라도 평소 긍정적이고 낙천적으로 살면 치매증상이 없어졌다는 유명한 수녀원 연구도 있다. 뇌 나이도 되돌릴 수 있다니 방법을 찾아 볼 일이다.

무엇보다 인생에서 늦은 때는 없다. 다행스럽게도 사람들은 어린 시절엔 불행한 기억이 더 큰 영향을 미치지만 나이 들수록 불쾌하고 기분 나쁜 기억을 덜 떠올리고, 행복한 기억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 삶의 단 한 순간, 단 하루나 한 해를 더 행복하게 만들기는 스스로에 달렸다.

인생은 딱 한번 살기에 정말 잘 놀다 가야한다. 나를 먼저 다스려야 남에게도 시선을 돌릴 수 있는 법이다. 나이 드는 것은 성장 과정의 일부이고, 노년이어서 누리는 장점도 많다. 늙는 것과 나이든 것은 다르다. 나이 듦을 받아들여야 한다. 해가 뜨면서 하루가 시작되고 지면 하루가 닫힌다. 그런 나날을 살아가는 우리는 어째서 중천에 뜬 해, 서산에 지는 해와 달리 ‘뜨는 해’를 그토록 대접할까?

열두 달 중에 가장 잰걸음으로 달아나는 또 한 번의 1월초를 맞았다. 일출은 매일 반복된다. 그럼에도 굳이 그 한 번의 해돋이를 보며 우리가 되새기고 맹세하려는 마음이 또 얼마나 간절한가.

나이 듦은 쇠퇴가 아닌 성장이다. 딱 한번 살기에 정말 잘 놀다 가야하는 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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